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노자 A Nov 17. 2021

외국으로 도망쳐 나오고 싶은 사람들에게

외국 생활에 환상을 품고 있는 독자A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들

혹시나 이 글을 읽고있는 사람들 중 어딘가에서 인생을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영국 런던에서 외국인 노동자로서 20대 후반 평범한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며 내가 직접 느끼는 것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구구절절 말을 이어나가기 앞서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내가 외국에 살든 한국에 살든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을까?

내 인생사를 간단히 요약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나는 그 어느 순간부터 내향적으로 변한,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통통하고 조용한 학생 1이었다.


초등학생 시절까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날다람쥐 같은 나였지만


어딘가 병든 한국 사회 (사실 어느 사회든 병 안든 곳은 없다)에서 남의 눈치를 보지않고 항상 해맑은 성격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딜 가서 무슨 생활을 하든지 나는 자의로 혹은 타의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당하게 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왜 쟤보다 잘나지 못했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생각, 나를 돌보는 것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저 '좋은 대학 = 인생의 목표'


라는 주입을 당해 입시를 향해 달렸고, 나는 결국 만족할만한 곳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어른들의 말'과 달리 내 인생은 고등학교 시절과 별반 다를 것 없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 . . 학교와 학원을 번갈아가며 챗바퀴 생활을 하던 한 평범한 학생이

대학교를 간다고 해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에 와서 날개를 핀듯 신나는 대학 생활을 하던 학생들은 많이 주목을 받지만

그 뒤에서 무수히 지나가는 평범한 학생들의 고민과 고뇌는 곧잘 잊혀지곤 한다.




대학 입학 후 기쁨에 잠긴 것도 잠시, 나는 대학 생활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이보다 더 재밌는 것, 이보다 나에게 더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모색한 것 같다.


동기들과 술마시는 것도 재밌지만.. 나는 그를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기 보다는

평범한 인생.. 즉 남들과 같은 인생은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그건 내가 아마도 외국에서는 Chad와 Stacy라고 불리는 일명 인싸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사실 대학 생활 중 많은 드라마도 있었고 내가 외국에 살고 말리란 다짐을 하게 된 계기도 있었지만 이는 설명하자면 매우 매우 길기에 다음 기회에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 이후로 나는 외국 생활에 조금은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나라로 교환 학생을 가는 것 그리고 여행을 하는 것에서 기쁨을 찾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국가로 여행을 간다는 것에서 남들과 나를 차별화하려고 한

일종의 셀프 차별화 전략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남들과 다른 길을 부득불 가려고 한 결과 지금 내가 완전한 행복에 이르렀을까?


당연 아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간단하지만


누군가와 다른 삶을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떨 때 행복감을 느끼냐는 것이다.


우리가 종종 잊는 것은 우리는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믿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내가 누군가를 경쟁에서 이겼을  일시적인 행복감을 얻는 것도 어쩔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작은 정복감은 내가 어찌보면 좋은 대학을 가고 런던에서 먹고 살만한 (정말 그냥 먹고   있을 정도이다) 직장을 잡을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경쟁에서 행복감을 찾는 것에는 아주 큰 단점 역시 존재한다.


그것은 내가 절대 절대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소셜 미디어에 점철된 삶을 사는 우리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인간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누군가를 제쳐서 얻는 행복감은 아주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한국만 아니면
미국이라면
유럽이라면
호주라면
...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는 절대 그들의 의지를 꺾고 싶지 않다.


그들의 직업과 생활 환경이 바뀌게 되고 그것이 전보다 더 나은 조건이라면

삶의 질 역시 당연히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의 환경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내 마음 한켠에서 행복을 잘못 정의하고 내 진정한 행복의 원천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닌가?"

라는 고민 역시 한번 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내 친구들은 나를 잘나가는 친구, 성공한 친구, 열심히 자기 삶을 살아가는 친구라고 치켜세워 주곤 한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이미 알다시피 남의 칭찬은 내 행복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그러한 친구들의 칭찬섞인 말에도 사실 나는 우울해 라는 생각을 품는 내가 과연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다. 돈도 직업도 가족도 우정도 연애도 결국 우리는 모두 행복을 좇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 행복은 남들과의 차별화에서 온다고 생각했었고 그러한 미숙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지금 조금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런던에서의 첫 시작은 정말 정말 행복했다.


런던에서 석사 생활을 시작하며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 인간 관계 / 이성 관계 등등은 내가 이전의 교환 학생 그리고 배낭여행을 하던 시절보다도 더 큰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줬지만


결국 런던에 직장인으로서 정착하게 되면서는 사람 인간살이라는 것이 어딘가에 장기적으로 정착하는 순간 여기나 저기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 그리고 행복은 외부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내 코어인 마음가짐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외부로부터 오는 행복은 일시적이다. 외부 환경은 내가 원하는 대로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다르다.


나의 감정, 행복감에 초점을 맞출 때 비로소 우리는 남과의 비교 및 경쟁을 멈추고 내 마음 속 내재적 행복에 한발짝 더 다가간다.


내가 이럴 때 행복하지, 나는 이렇게 시간을 보낼 때 내 자신이 사랑스럽다. . . 등등

내가 좋아하는 술은 뭔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뭔지.


내가 좋아하는 것 -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해나가는 것도 나를 기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배웠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 하나 이기에 주인공을 돌봐주고 살펴주는 것도 '나' 하나 이기에 외부로부터 오는 행복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나'라는 존재에 중심을 둘 것을 나 역시 다짐하며, 이 글을 읽고 있는 외국 생활에 환상을 품는 익명의 독자들 역시 한번쯤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외부로부터 오는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하기를 바라며 글을 적어보았다.


어찌보면 나라는 존재 역시 이를 글로 다루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나 역시 아직 행복을 좇고 있는 상태이기에...)


그렇지만 사람 경험이라는 것이 모두 다르기에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글 역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번에는 내 대학생활에 대해서 한 번 더 자세하게 글을 풀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에피소드 식으로 글로 풀어나가보고자 한다.


나의 행복을 기록해 나가다보면 나 역시 오늘 말했던 내재적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도전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군가가 영국 런던으로 행복을 찾아 온다면 나는 두팔 벌려 그 사람을 맞이해주고 싶다.

말 그대로 도전은 의미있는 것이니까.


행복이라는 목표를 결승점에 두고 달려가는 이름 모를 동지 분들이 나와 함께 더 이상 우울감에 패배감에 울지 않기를 기도해본다.


E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