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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A Nov 24. 2022

또 누군가와 이별할 준비

14년을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순간 순간에 집중하며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덧 내 주변 그 누군가에게는 그들의 소중했던 시간이 막을 내리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 밖에서 사고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지만 내 인생의 순간을 같이 한 누군가가 갑자기 먼 길을 떠나려거든 한사코 슬픔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이를 하나 둘 먹다보면 누군가와의 만남도, 그리고 이별도 익숙해진다. 그리고 비단 물리적, 감정적 이별이 아니라 영원히 누군가를 떠나보내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 누군가가 가족이 될 수도, 반려동물이 될 수도, 친구 혹은 연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누군가를 보내고 나면 “이게 정말 우리의 끝은 아니겠지” 빌고 또 빌게 된다. 당신에게 내가 못해준 것들, 잘못한 것들, 더욱 사랑해주지 못한 시간들을 다시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몇 곱절 더 잘하리라 생각하며 후회와 아픔의 눈물을 흘린다. 


나는 13살때부터 14년 동안 내 유소년기를 함께해온 반려견 ‘별이’를 작년 6월 9일 떠나보냈다. 너무 어려서부터 함께한 탓인지 왜 끝이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걸까. 나와 별이의 시간은 너무나도 다르게 흘러 내가 철없던 소녀에서 사람 구실을 할만큼 성장하는 동안 별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노년의 견생을 나와 함께했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해외 생활, 독립 생활을 하는 동안 아마 별이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나를 계속 기다렸을 것이다. 


나는 별이 생각을 오래 하지 않으려 한다. 별이를 생각하면 함께 좋았던 순간보다는 내가 못해줬던 기억들이 더 먼저 그리고 강하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성숙한 이별의 준비란 나에게도, 내가 사랑하는 그 존재 역시도 언젠가는 이 땅을 영원히 떠난다는 것을 인식함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그 존재를 영원히 행복 속에서 추억하고 싶다면 어떤 후회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외국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부쩍 부모님의 나이에 더 신경쓰게 되었다. 일년에 한두번 한국에 방문할때마다 어찌나 늘어난 주름살과 흰머리가 더 눈에 띄는지. 한국에 머무는 한두달 만큼은 최선을 다해 잘해드리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려 노력한다. 앞으로 몇번의 방문을 더 함께할 수 있을까. 떨어져있는 시간이 길기에 짧은 그 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별의 종류는 다르지만 연인 관계 역시 상대에게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고 나면 그 사람을 추억할 때에도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다. 못해준 것만 자책하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가 어떠했던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최선을 다했더라면 이별 후에도 내 소명은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받을 수 있다.


그 존재와의 나날들이 언제나 최고의 행복은 아니었더라도. 그 존재를 알게 되어 기뻤는지, 사랑은 느꼈는지, 잠깐은 웃을 수 있었는지, 함께였던 순간들이 내게 아직도 자랑스러운 내 인생의 일부가 되는지, 이 질문에 내가 그러하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먼길 떠난 당신에게 내가 위로가 되리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길을 떠난 당신에게 역시 내가 한 순간이나마 큰 위로와 사랑이 되었다면. 나와의 만남에 후회가 없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 먼길 떠나 보낸 내게 위로가 되리라.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후회로 가득찬 마음들을 위로할 수 있는 한 노래의 가사를 공유하고자 한다.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는지

나를 사랑해서 좋았었는지


우릴 위해 불렀던 지나간 노래들이 

여전히 위로가 되는지


당신이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고 대답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끄덕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충분히 의미있지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렇게 흘러가요


어디에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있겠죠

가능하리라 믿어요



짧지 않은 나와의 기억들이

조금은 당신을 웃게 하는지


삶의 어느 지점에 우리가 함께였음이

여전히 자랑이 되는지


멋쩍은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고 대답해준다면


그것만으로 글썽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모르겠죠 어찌나 바라던 결말인지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 다음으로 가요


툭툭 살다보면은 또 만나게 될 거에요

그러리라고 믿어요


이 밤에 아무 미련이 없어 난

깊은 잠에 들어요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줄 날 오겠지요

들어줄 거지요


-아이유, Epilogue (에필로그)-


별이와의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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