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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아 SSunalife May 12. 2022

독일 여행 | 보홀트(Bocholt)를 가다.

독일 여행 보홀트 

이런저런 이유로 브런치를 한 달이 넘도록 멀리하다 보니 글을 쓰기 위해 마음을 잡고 몰입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제 일상에 많다고 생각하니 브런치는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더군요. 그런데 최근 2주간 독일 여행을 하면서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는 것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 경험들을 공유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제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 경험이 세상 어느 모퉁이에서 누군가에게도 적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무뎌진 키보드를 꾸욱 눌러봅니다. 


딸아이의 근무지가 독일 베젤(Wesel)이라는 도시로 바뀌었다. 베젤과는 차로 20분 거리 떨어져 있는 보홀트(Bocholt)라는 작은 도시에 딸아이는 집을 구했다. 아직 코로나 19 상황이 염려되기는 했지만 딸아이가 얻은 집도 방문할 겸 2주간의 독일 여행을 감행하기로 했다. 어차피 직항은 없으니 밴쿠버에서 프랑크프루트(Frankfurt)까지는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Lufthansa)를 이용하여 9시간 45분 비행기로 가고 프랑크프루트에서는 렌트카를 이용해서 퀠른(Cologne)과 뒤셀도르프(Dusseldorf)를 거쳐 보홀트를 갔다.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에는 볼 것이 많은 퀠른과 뒤셀도르프에서 묵으며 볼거리들을 즐겼다. 

태어나 처음으로 독일을 가보게 되었다. 이번에 내가 경험한 독일은 독일 전체가 아니라 독일 16개 주 중에서 한 주인 노스라인 웨스트 팔리아(North Rhine-Westphalia) 주에 있는 도시들이었다. 


보홀트는 프랑크프루트 공항에서 대략 네 시간 정도 운전해야 했다 (당근 저는 조수석에 타고 있었음). 말로만 듣던 독일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달리는 기분은 설렘 반 두려움 반등이 교차했다. 프랑크프루트 공항을 빠져나오는 기분은 26년 전 내가 한국에서 처음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을 때 어딘지 낯설고 설레던 그때 그 느낌이 났다. 섭씨 15-18 사이의 상쾌한 온도와 여기저기 푸르름이 많았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운전해서 15분 거리에 있는 보다폰(Vodafone) 통신회사 체인점에 가서 선불용 심카드를 구입했다. 나는 9.99유로를 주고 3GB 심카드를 구입해서 독일에 머무는 이 주 내내 인터넷을 사용했다. 독일어 못해도 괜찮다. 일하는 아저씨가 영어 조금 할 줄 안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잘만 하시더라 (여행 중에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영어 조금(little bit)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다들 잘했다. 역시 유럽 사람들은 다중언어(multilingual)다라고 속으로 생각했음). 데이터로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니 세상 무서울 게 없었다. 뭐든 구글(Google)을 이용하면 되니까 말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제한 속도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었다. 중간중간 풍력발전기가 자주 눈에 띄었다. 독일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의 핵심인 풍력발전을 내세운 에너지법을 새롭게 추가한다고 한다.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가 자주 바뀌길래 도대체 왜 그러나 했더니 바람이 심한 곳은 위험하기 때문에 제한 속도를 둔 것이었다. 독일의 날씨는 밴쿠버의 날씨 못지않게 변덕스러웠다. 바람도 많이 불고 우산도 챙겨가야 했다. 


드디어 목적지인 보홀트에 도착했다. 보홀트는 네덜란드와 인접해 있는 인구 7만이 거주하는 도시이다. 은퇴한 노인들이 많은 도시여서 그런지 도시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깨끗했으며 대체로 안전했다. 네덜란드와 가까워서 그런지 시장에는 다양한 꽃들이 많았다.     

보홀트 다운타운 구 시청 앞 주말 시장 

유럽에 가면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를 익히 들은 바 있어 옷 안에는 배에 복대처럼 지갑을 차고 핸드백은 어깨에 가로 매고 등등 만발의 준비를 하고 거리를 걸었으나 이 도시에서는 그런 걱정들이 필요 없을 만큼 안전하고 사람들도 친절했다. 보홀트는 지정된 자전거 도시이고 독일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이다. 거의 모든 시민이 하나 이상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며 가는 곳마다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곳들이 많고 편리해 보였다. 보홀트에는 유럽에서 잘 알려진 Rose라는 자전거 제조 공장과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격이 5000유로 (한국돈으로 500만 원이 넘겠네) 가까운 자전거들도 있었다. 

보홀트 버스 터미널


독일(보홀트)에서 경험한 몇 가지들

1. 자전거 도로에서 걷지 말아야 했다: 자전거 이용자가 보행자나 자동차 운전자보다도 더 대접받는 것 같았다. 밴쿠버에도 자전거 도로가 있지만 도시 전체가 아닌 일부이다. 그러나 보홀트는 도시 전체가 자전거 친화 도시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나뉘어 있으니 자전거 다니는 길로 걷거나 거기에 서 있으면 안 된다. 자전거 이용 도로에는 자전거 표시가 있지만 만약 표시가 안 보인다면 더 평평한 길이 자전거 이용 도로라고 보면 된다. 나는 익숙하지 않아서 몇 번이고 자전거 도로를 활보하다 눈치 좀 받았다 (주의를 한다고 해도 익숙하지 않아서 자꾸만 애매하게 길 한가운데 서있곤 했다 죄송...). 

자전거 이용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분리되어 있다. 

2. 맥주의 나라... 맥주가 물보다 싸다 (마실 물 미리 챙겼어야 했다. 일요일에는 가게가 문을 닫는다): 유럽의 암반이 석회질 성분의 지질로 되어 있어서 유럽의 수돗물에는 석회질이 많이 들어있다. 독일에서는 물 대신 맥주를 많이 마시는 이유가 이런 석회질 성분을 몸에서 빨리 배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독일 정부는 독일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으나 오래된 건물이 많은 유럽에서는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이 보편화되어있다. 석회수에는 미네랄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안전하다고 하는 주장과 종단연구에 따르면 석회석이 오랜 시간 인체에 쌓이면 해롭다는 연구 등등 의견이 분분하다. 나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씻어 놓은 유리잔에 하얗게 남아있는 석회 흔적을 보고 그 잔을 그대로 사용하기가 찝찝했다. 그래서 생수로 한 번 헹군 후에 물을 마시곤 했다. 말로만 듣고 설마설마했는데 레스토랑에 가서 물값과 맥주값을 비교해보니 정말 물값이 맥주값보다 더 비싸더라. 헐... (물론 마트에 가서 물을 사면 굉장히 싸다). 레스토랑에서 맥주가 물보다 더 싸다는 이유. 독일에 오니 기분이 좋다 등등 이래저래 나는 맥주를 실컷 마셨다 (지금도 어질 어질 하다). 독일에서는 일요일에 식당 문은 열지만 모든 마트가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어쩌다 깜박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병에 든 500ml 물 한 병에 6유로를 (한국돈 8천 원 캐나다 달러로 8불이 넘는... 나는 보통 때는 씀씀이가 꼼꼼하지 못하면서 자잘한 일에 생각 밖으로 상당히 쪼잔해지고 억울해한다 쩝...) 지불했다. 


3. 현금을 준비했다: 주말 시장 등 여러 곳에서 카드가 안 되는 곳들이 있었다. 밴쿠버에서는 거의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신용카드만을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는데 독일에서는 군데군데 현금만 사용해야 하는 곳들이 있었다. 나는 다행히 유로를 넉넉하게 준비해 갔다. 


4. 광장의 문화: 유럽의 문화는 크고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정치와 경제가 교류하는 공간으로 형성되었다고 하더니 그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광장 앞에는 식사, 맥주, 아이스크림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야외 레스토랑들이 많았다. 밴쿠버에도 야외 레스토랑들이 많이 있지만 독일의 광장 앞에서의 야외 레스토랑들은 좀 색다르게 다가왔다. 

Eiscafe Cavone이라는 보홀트에서 제일 맛있다고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

5. 화장실이 유료다: 리모와(Rimowa)와 샘소나이트(Samsonite) 등 잘 알려진 독일 여행 가방들을 보러 인근 몰(백화점)에 들렀다. 이것저것 보다 화장실을 이용하러 갔더니 유료였다. 깜짝 놀랐다. 50센트를 내라고 했다. 쇼핑을 하러 온 고객에게 화장실 이용료를 내라니... 광장 앞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 화장실은 1불을 내라고도 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나는 그저 생소하기만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는 돈을 내는 게 맞냐고 어이없어 하자 레스토랑 종업원이 그냥 이용하라고 했다. 나중에 구글해보니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화장실 이용이 유료라고 나와있었다. 


6. 대중교통의 현대화: 독일은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와 한국을 합쳐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후나 문화는 밴쿠버 같고 대중교통 등은 한국처럼 현대적이었다. 캐나다는 대도시를 벗어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은데 보홀트에서는 한국 버스 정류장에서 본 것과 유사한 버스 출발 시간이 나와있는 안내 시스템이 정류장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정류장마다 쓰레기통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밴쿠버에서는 다운타운을 벗어나면 도로에서 쓰레기통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독일에서는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다음에 다시 보홀트를 찾게 되면 프랑크프루트에서 고속 기차를 이용해서 방문할 생각이다. 


7.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슈파겔): 독일에 가서 생전 처음으로 슈파겔이라고 불리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맛보게 되었다. 아스파라거스 하면 지금껏 푸른색만 봤는데 흰색이 있다니...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독일과 이탈리아서 유명하다고 한다. 16세기 초 이탈리아 북부에 우박을 동반한 폭풍이 와서 아스파라거스 농사가 망치게 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땅속에 있는 아스파라거스라도 수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화이트 아스파라거스가 부드럽고 향기가 충만하여 그 이후로는 아예 햇빛을 차단하여 광합성 작용을 막아서 하얀색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게 되었다고 한다. 레스토랑에서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수프를 먹어보았더니 정말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참 좋았다 (한 번 더 먹고프다!). 


다음 여행지는 보홀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뒤셀도르프로 가겠다. 뒤셀도르프는 독일에서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고 광고와 패션 산업의 중심이며 독일의 전자통신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기대해 주세요(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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