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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아 SSunalife Jul 04. 2022

빙수 엄마  

캐나다 밴쿠버 코퀴틀람, 빙수 

캐나다 광역 밴쿠버 안에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코퀴틀람(Coquitlam)이라는 시가 있다. 

그곳에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커피숍이 여럿 있다. 

그중 몇 개의 커피숍 메뉴에는 빙수도 있다. 

각각의 가게마다 빙수 메뉴나 빙수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어떤 곳은 다양한 과일들로 화려한 토핑을 만들어내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인절미가 유난히 쫄깃하고 맛난 곳도 있고 

어떤 곳은 독특하게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곳도 있다. 

이곳엔 한국에서 온 설빙도 있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 식사를 하게 되면 디저트로 빙수를 자주 먹는다. 

어제는 딸아이가 독일로 가기 전 우리를 방문한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딸아이와 한국식당에서 냉면과 김밥을 먹은 후 

빙수를 먹으러 갔다.  

우리는 너무 단 것도 싫고 토핑이 너무 많아 떠먹기에 복잡한 것도 싫어서 

담백한 마차 빙수를 시켰다. 


혀 안에서 우유의 부드러운 맛과 마차의 담백한 맛이 

작은 인절미 조각들과 치즈 케이크 조각들을 만나 서로 뒤엉켜 녹아내렸다. 


우리는 앞 뒤 두서없는 대화를 나누고 

사춘기 소녀들처럼 깔깔대며 

빙수 그릇을 금방 비웠다. 


빙수가게 문을 나서는데 

딸아이가 나를 보고 

"빙수 엄마 빙수 자알 먹었습니다!"라고 했다. 


어제 함께 먹던 그 빙수의 부드러움은 아직도 내 입안 언저리에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딸아이는 오늘 아침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다음주면 독일로 근무하러 떠난다. 

그곳에서 2-3년 있을 텐데... 

나는 언제 어디서 딸아이와 다시 빙수를 먹게 될까?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잦은 우리 모녀 사이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딸아이가 남기고 간 웃음소리들로 가득 찬 방안에 

숨 죽은 강물이 흐른다. 


그리고 빙수 엄마는 웅얼거린다. 

사랑하는 딸. 조만간 우리 또 만나 같이 빙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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