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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버킷리스트 Jan 29. 2024

 시어머님과 텔레파시

어머님을 00역에 만나기로 했다. 어머님께 드릴 우슬초, 매실장아찌, 청국장을 들고 00역으로 가는 중에 너무 일러서 다른데 볼 일 보는 중에 연락이 왔다.



어머님이 00역이 가는 중이라면서 어머님 쪽으로 가다 보면 만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머님이 안 보인다. 집에서 아직 안 나오셨나? 다시 연락을 했더니 00역에 이미 도착했다고 한다.


어머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00역으로 이동 중이셨고 나는 계단으로 00역 밖으로 이동 중이어서 서로 엇갈렸다는 것이다.


아직 시어머님과 텔레파시 통하지 못했나 보다. 다시 00역 계단으로 내려갔고 벤치에 앉아계신 어머님이 보였다. 


어머님도 닭 한 마리 있는데 한약재와 같이 넣어서 끓여서 먹으란다. 나도 우슬초, 매실장아찌, 청국장을 드렸다. 사실 우슬초, 매실장아찌, 청국장은 엊그제 어머님이 우리 집에 두고 가신 거라 그냥 전달한 것뿐이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오늘따라 어머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시지 않는다. 계속 앉아 계시고 나보고 앉으라고 재촉한다.


그러면서 1박 2일 동안 고향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술술 하신다. 시누이들(70대)과 조카(40대)들 함께 놀았던 상황을 끊임없이 하신다.


어제도 전화로 하셨는데 또 하신다. 난 그냥 앉아서 고개 끄덕이면서 호응도 하시고 웃음도 맞추고 아이컨텍트 하면서 그런 시간이 40분이나 지속되었다. 듣는 것이 참 힘들지만 어머님의 기분 좋았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말씀하시는 게 화색이 도셨다.


중간에 얘기를 끊기가 뭐해서 계속 앉다니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되어 잘 말씀드리고 일어났지만 어머님은 더 하신 말씀이 있으신 거 같은데 아쉬운 얼굴로 터벅터벅 가셨다.


집에 와서 남편과 통화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어머님이 말할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했다고 위로해 준다. 그러면서 고생했다고..


어머님과의 텔레파시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시는 동안 만이라도 계속 듣는 며느리가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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