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
지난겨울 방학에 계획에 없던 여행지였던 리옹에서 우연히 장날을 만났다. 처음으로 주방이 딸린 에어비앤비를 예약을 했고 요리를 좋아하고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뜻밖에 만난 장날은 정말이지 "가는 날이 장날"이었고 너무 좋았다. 불어로 써져 있는 것을 구글번역기를 써서 번역을 해 가며 몇 가지의 버섯과 과일 그리고 파스타를 샀다. 장을 본 봉지를 흔들며 여기저기 잘도 다녔다.
가능하면 시장을 일부러 찾아다닐 정도로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렇게 여행 중에 만났던 생각지도 못했던 장날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 생긴 뜻밖의 일은 조금 당황스럽고 웃겼고 딱 "가는 날이 장날이네!"라고 저절로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이럴 때 보면 나도 영락없는 중년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네!" 라니.
식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면서 힐링을 하는 나에게 친구들이 꽤나 자주 유튜브를 해보라고 권유를 했었다. 2023년도 목표가 유튜브를 시작하기였다. 물론 이때 생각한 나의 주제는 "독서"였다. 유튜브를 해보겠다는 심산에 핸드폰을 고정하여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삼각대를 샀다. 그 삼각대는 결국 한 번 테스트를 위한 촬영을 한 후에 옷방 한 구석에 고이고이 모셔져 있었다. 오늘은 주말이고 나는 시간이 여유롭고 오후에 해야 할 업무 때문에 미리 힐링이 필요하니 잘 차려진 밥상을 나에게 주고 싶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옷방에 가서 삼각대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고정시키고 싱크대 위에 올려 요리하는 모습이 잘 나오는지 보려는데, 나사고 고정되어 있는 핸드폰을 잡아주는 부분이 툭하고 핸드폰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먼저 살핀 나의 핸드폰은 멀쩡했다. 다행이다. 2019년 가을에 새로 장만한 거라 이제 만 5년을 썼고 아직도 멀쩡하니 몇 년은 거뜬하다. 그리고 보니 바닥에 뒹굴고 있는 핸드폰을 잡아주는 부품이 부러져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것이 보였다. 하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결국 유튜브를 해보겠다는 결심은 삼각대가 망가지자 바로 사라졌다.
그리고는 열심히 나를 위해 밥상을 차렸다. 열심히 차린 밥상을 보며 또 한 번 한숨 쉬듯 뱉어냈다. "가는 날이 장닐이라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