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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상 Sep 11. 2023

'나는 무적이야, 잃을게 없거든'

David Guetta (ft. Sia) - Titanium

David Guetta (ft. Sia) - Titanium

행복과 불행은 동전과 같이 손쉽게 뒤집어진다. 감사하게도 해외 인턴의 기회을 얻게된 날, 내 행복의 뒷면도 알게 되었는데 바로 파견될 나라가 '두바이' 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아 당연히 중화권을 바랬는데 전혀 생각치 못한 나라였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중동이라니. 동네에서 축구 좀 한다고 우겼는데 크리켓 선수로 올림픽에 선발된 기분이었다.


모래 위에 세워진 두바이라는 도시는 모든 게 새 것 처럼 빛이 났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지나치게 근사하고 화려했다. 부르즈 칼리파는 바닥에 엎드려야 꼭대기가 보일만 했고 인공섬들과 금칠한 호텔 로비들은 최소한의 국비 지원을 받고 해외로 파견 외국인 노동자, 나에게 이질적이고 생경한 풍경이었다.  


내 몸보다도 큰 자재들을 등에 이고, 뜨겁다 못해 달궈진 시트에 몸을 우겨넣고, 벽안의 이방인들을 만나러 다녔다. 일하다가 기도하러 가겠다는 파키스탄 아저씨와 내 말을 못알아듣는 척(아니 진짜 못알아들었던가..) 하던 필리핀 형님들의 환장의 콜라보속에 시달릴 때 내게 주어진 오아시스 중 하나는 차를 탈때마다 던 라디오 였다.


 '버진 라디오'라는 그 채널은 DJ가 따로 있는것 같진 않았고 언제 틀어도 빌보드 TOP 100이 열심히 돌아갔다. 다른 방송과 달리 멘트 없이(어차피 내가 알아먹지 못할바에 차라리 좋았다) 노래가 몇곡이 주욱 이어지고 멋드러진 성우의 목소리로 "붜진~ 라디오" 라는 음성이 한번씩 나올 뿐이었다.


당시는 EDM이 대세 였고 기적적으로 강남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게 북한 노래인지 남한 노래인지 나한지 물어댔던 때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가장 많이 나왔던 노래가 David guetta의 Titanium 이었다


나를 쏘아도 나는 일어선다
Shoot me down, but I get up


난 무적이야, 잃을 게 없 거든
I'm bulletproof, nothing to lose

발사해, 발사해
Fire away, fire away

튕겨져 나와, 넌 다시 조준해
Ricochet, you take your aim

발사해, 발사해
Fire away, fire away


넌 날 격추시켜도 난 쓰러지지 않을 거야
You shoot me down, but I won't fall

나는 티타늄이야
I am titanium



워낙에 히트곡이 많은 daivd guetta 이고 특히 이 앨범의 경우 화려한 피처링 진(니키미나즈, 어셔, flo rida 등)을 자랑하지만 그중에도 Sia 와 guetta 의 조합은 정말 최고다. 지금보니 조금 유치한 가사긴 하지만 단순하고 시원하게 내리 꽂는 비트와 어우러지니 적수가 없게 느껴진다.


그리고 sia의 목소리.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고 좀 내성적인 이미지였던 그녀는 이 노래로 그런 편견을 부숴버리자고 외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쩐지 소년미가 느껴지는 이 목소리는 가슴뛰는 비트와 어울리지 않게 위로로 다가오는 듯 하다.


낙타도 초콜릿처럼 녹아 내릴 더위에 할 수만 있다면 냉동고라도 삼키고 싶었던 두바이에서의 어느 날. "나는 무적이야 잃을게 없거든, 내가 티타늄이야!" 라는 어이가 없을 정도의 당당함을 좋아했다. 돈도 없고 전화 한통 제대로 못받는 이방인인 나도 이 노래를 들을 때 만큼은 무적이라고 믿을 수 있었으니까.

 


- LP 앨범명  : David Guetta – Nothing But The Beat

- 발매년도 : 2011 /  구매년도 : 2022

- 구매처 : 온라인 샵

- 구매 가격 : 40,500원

- 포스팅 추천곡 : David Guetta (ft. Sia) - Titan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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