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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ul 13. 2024

오직 나의 편이자 나를 편하게 하는 남자, 남편

결혼 3년차에야 알게 된 남편의 진짜 의미

우연히 글이 주가 되는 플랫폼에서 남편을 신랑이라고 하는 게 불편하다는 글을 읽었다. 나도 신랑이라고 부르는 쪽이다보니 괜히 관심갖고 보게 되었는데. 해당 글의 댓글에는 하고 싶은 대로 부르는 거다, 나도 불편하다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듯 했다.



나는 배우자를 신랑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된 것에는 사소한 이유가 있다. 그저 어디선가 남편은 '남의 편'이라서 남편이라고 한다는 말을 보았고, 이 사람은 정말 든든한 '내편'이라서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편이라고 부르자니 더 어색한 느낌이라 신랑으로 부르게 된 것.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일한 단어를 쓴다면 어원이 따로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말은 대체로 한자어이고 그냥 만들어진 말은 없을테니까. 생각이 들자마자 찾아봤다. 그리곤 깜짝 놀랐다.



남편은 엄연히 뜻을 가진 한자어였다






'사내 남(男) + 편할 편(便)' 글자가 모여 만들어진, 남편은 좋은 뜻을 가진 단어였다. 어디서인지도 모를 출처없는 말을 듣고 만들어진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물론 국어사전의 뜻은 온전히 사실만을 담아 언뜻 매정하게까지 보였지만, 한자어를 보니 확실히 좋은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다녔던 수많은 학원 중 한자학원이 있었다. 글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가진 것이 재미있었고, 완벽히 해석하지는 못해도 한시를 좋아했다. 글자에 담긴 의미가 많기에 독자가 원하는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조차 매력적이었다. 그러니까, 남편이라는 글자에 담긴 의미는 내게 이렇게 와닿았다.



편한 남자,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남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학생 때부터 사랑이, 결혼이 궁금했다. 해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 같은 느낌이었달까. 각종 이야기들이 올라오는 게시판에서 사랑 이야기는 지나치지 못했다. 한창 이상형이라는 단어 자체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운좋게도 첫사랑을 이상형으로 만나 결혼한 사람, 이상형의 기준을 너무 많이 정해둔 나머지 결혼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우연히 만난 사람이 모든 기준에 맞았다는 사람, 이상형을 외모로만 정해두었더니 결혼은 했지만 행복하지 못하니 성격을 추가해야 한다는 사람 등등 수많은 사연들이 있었다. 기억나는 일화들이 많지만 나의 결혼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어느 라디오에서 나왔다는 글귀였다.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결혼하세요. 그 사람과 있을 때 온전히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사람과 만나야 합니다.



이상형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상형의 조건에 당연히 들어가야 할지도 모를 내용. 결혼을 한 이제야 알게 된 남편의 의미와 상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결혼 3년차인 지금, 남편의 사전적 의미가 더욱 깊이있게 다가온다.



연애를 할 때도 가까웠다고 느꼈지만 결혼을 해보니 또 다르다. 각자 살아온 삶이 다르고 시간이 짧지 않음에도, 함께 있을 때 타인과 있다는 느낌이 거의 없는 사람. 세상 누구보다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어느 순간에나 내 편임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



어쩌면 이제는 남편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신랑이 입에 붙었지만 좀더 마음 편하게 남편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달까.



오직 나의 편이자

나를 편하게 하는 남자,

남편이다 :)




오롯이 나의 노력과 나의 운으로 빚어낸 인연이 배우자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았던 덕분인지,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래 매거진에는 온전히 제 스스로 이룬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볼 예정입니다. 구독해주시면 다음 글을 좀더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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