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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Aug 22. 2024

프랑스 시댁과 함께하는 한식 워크숍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여름 손님


월남쌈을 한식..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시작은 월남쌈이었다. 하필 시어머니가 방문했을 땐 30-35도를 왔다 갔다 하는 더운 주였고 문제는 우리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밥이고 나발이고 인덕션을 틀기도 싫었다. 불 안 쓰고 뭘 해 먹을까.. 고민하다가 마침 집에 비상용으로 구비한 라이스페이퍼가 생각나서 냉장고에 있는 것 싹 털고 새우만 더 사서 월남쌈을 해 먹었다. 


'작은 정원 같네!' 

월남쌈의 장점은 별거 없이도 상차림이 화려하다는 것.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녹여서 접시에 올리고 먹고 싶은 걸 올려서 싸서 드시라고 설명을 드렸더니 새로운 경험이라며 정말 좋아하셨다. 


어른들은 야채를 좋아하시고, 나도 쉽게 한 끼를 준비할 수 있어서 모두가 윈윈이었던 저녁. 





작년 가을인가 올 초에 우리 집에 오셨을 때 김밥을 쌌었는데 그게 정말 맛있었다는 시어머니. 이번에도 김밥을 하려면 어떤 재료가 필요하냐고 물어보시길래 아... 단무지는 어차피 구하기 힘들 테고 김은 있으니까 당근채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 했더니 세상에나 마트를 네 군데나 돌아서 당근채를 사 오신 것이다. 


하필이면 여름휴가 전에 밥솥이 고장 나서 현미쌀로 솥밥을 한 다음 김밥도 셀프로 싸 먹기로 했다. 요즘 북미에서는 LA김밥이 유행한다던데 각자 먹고 싶은 것 싸 먹기. 사실 밥을 더하고 라이스페이퍼를 김으로 바꿨다 뿐이지 첫째 날 월남쌈이랑 흡사함. 





비빔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매운 건 모두가 어려울 것 같아서 단짠단짠 간장 비빔국수를 하고 단백질은 닭가슴살을 구워서 올려먹었다. 실패할 수 없는 맛이지. 


남편은 정말 맛있다면서 정말 순식간에 흡입했다. 종종 해 먹어야지. 





김밥 해 먹고 밥이 많이 남아서 계란 볶음밥을 하고 불고기를 해 먹은 날. 시어머니가 코르시카 맥주 사 왔는데 같이 마실래? 하시길래 남자들은 빼고 여자 둘이서 시원한 맥주 한 병씩 마셨다. 


시어머니가 와 계신 일주일 동안 내내 한식만 먹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한식 비중이 높았다. 남편은 부담 가지지 말라고 하는데 왠지 뭔가 한 상 차려야 될 것 같은 느낌. 뭔가 이 가족 유일의 한국인으로서 한식을 대접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대충 몇 끼는 시켜 먹거나 외식을 했을 텐데..  




여름엔 시원한 보리차

일주일간 심심한 것 만 먹었더니 자극적인 맛이 고파서 혼자 떡볶이를 해 먹은 날. 남편도 떡볶이를 좋아하긴 하는데 요즘 약 먹느라고 간을 별로 안 한 음식을 먹었더니 고새 매운맛 레벨이 초기화되었는지 자기는 괜찮다고 하길래 혼자 먹었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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