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코 Sep 19. 2024

유럽생활의 장점

근교 여행 아니겠습니까


"너는 프랑스까지 와서 내내 시골에만 있다가 갈 거야?"

라는 말을 얼마나 들었던가. 금쪽같은 고양이들을 두고 어디 갈 수가 없어서(캣시터나 캣호텔링은 말도 마시라. 남편은 시어머니도 못 미더워하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고양이를 맡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큰마음을 먹어야 2박 3일 정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우리. 그 와중에 남편이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정말 근교 소도시로만 다녔다. 그래도 그가 나 혼자 여행 가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아서 (혼자 두고 다니는 걸 섭섭하게는 생각한다) 몇 달에 한 번씩 파리에 있는 친구집에 놀러 가는 정도인데 이번에는 큰 마음을 먹고 로마에 다녀오기로 했다. 


만사 귀찮고 피곤한 내 생각은 당연히 아니고 마침 파리에 출장온 동생 부부가 로마도 들렀다 간다고 하길래 꼽사리 낌.


사람 미어터지던 트레비분수


직장 동료들은 늦은 바캉스 잘 다녀오라며 9월의 로마는 많이 덥지 않아서 좋을 거라고 월차 내는 나를 부러워했는데, 3박 4일 전지훈련인 줄.. 마지막날은 그냥 다 귀찮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졌다.


여름에는 보통 하루에 2km도 잘 안 걷는데 로마에 있는 내내 엄청 걸었다.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입맛도 없었다. 나 휴가 온 거 맞아..? 운동중독인 동생과 동생보다도 훨씬 어린 제부 따라가느라 가랑이 찢어지는 줄 알았네. 


수요일 11km

목요일 13km (콜로세움 구경)

금요일 15km (바티칸 박물관 투어)

토요일 7km (귀국하는 날이었음..)



피자도, 파스타도, 젤라또도 잔뜩 먹고 가야지! 하고 이를 갈고 왔건만 비 오고 춥고 걷느라 지쳐서 3박 4일 동안 한식당을 두 번이나 갔다 왔다. 20대에 여행할 때는 2주간 한식 안 먹어도 괜찮았는데 이젠 이틀에 한 번씩은 한식 충전을 해줘야.. 


비상식량으로 컵라면을 한 개라도 싸가려고 했는데 저녁에 짐 대충 싸놓고 아침에 정신없이 나간다고 그냥 나온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아테네 학당을 실물로 보다니!!


사실 로마만 다녀왔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전 주말에는 파리에 전시 보러 갔다 왔고, 또 그전 주에는 스웨덴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하필이면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는 시기에 여기저기 엄청 빡빡한 스케줄로 돌아다녔더니 로마에서 몸살남. 그나마 동생네가 한국에서 가져온 감기몸살약이 있어서 얻어먹었는데 정말 반나절만에 거짓말같이 몸이 회복되었다. 역시 한국약 최고..! 


여하튼 이번에는 일정이 갑자기 몰려서 의도치 않게 무리했는데, 한국에서는 10시간도 넘게 비행해야 올 수 있는 로마를 기차 1시간, 비행기 1시간 반 만에 갈 수 있는 건 확실히 유럽사는 장점인 것 같다. 여행은 잘 안 하지만.. 그래도 음식도 다 맛있고 사람들도 프랑스에 비하면 많이 친절해서 유럽을 떠나기 전에 남편 데리고 가까운 밀라노라도 한 번 다녀와야겠다. 


Ciao!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 시댁과 함께하는 한식 워크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