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골의 한국 직장인
우리가 살았던 앵 주는 오베르뉴-론-알프스 레지옹에 속해 있는데, 예전에는 그냥 론-알프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치는 그 알프스 맞다)였고 몇 년 전 행정지역 개편으로 리옹이 있는 오베르뉴 레지옹과 합쳐졌다. 지역이 제법 크기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은 대충 알프스에 가까이 있는 이 지역을 론-알프스 지역이라고 부른다. 날씨가 좋은 날 동네 산 정상에 올라가면 저 멀리 몽블랑의 만년설도 보이고, 스위스의 레만 호수도 보이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자연환경이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 유럽 내에서는 여름, 겨울을 막론하고 관광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이 구석진 곳까지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프랑스 여행 가이드북에도 중부지역 소개는 '리옹' 정도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이곳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을 것이다. 재작년에는 투르 드 프랑스가 이 지역을 지나갔는데, 정말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고, 겨울에는 알프스의 리조트에서 스키를 탈 수도 있다. 그리고 공기가 끝내주게 맑다. 일 년 내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고, 가뭄으로 시달리는 남프랑스와 달리 비도 자주 내리고, 큰 강과 크고 작은 호수가 많아서 물도 풍부하다.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카누나, 패들을 가지고 있어서 여름이 되면 어느 호숫가 할 것 없이 사람들도 붐빈다. (+ 다른 지역에서 바캉스 오는 사람들, 다른 나라 관광객들)
여름 세일 기간에 정말 저렴한 가격에 패들을 구매하게 되었는데 남편과 나는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패들을 들고 근처 호숫가로 바람도 쐴 겸 운동도 할 겸 다녔다. 잔잔한 호수에 패들을 띄워놓고 그 위에 누워있으면 얼마나 평화로운지!
한 번씩 한국 집에 다녀올까 하다가도 프랑스에서 얼마나 있을지 모르니 가능하면 프랑스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짧게 스페인도, 이탈리아도 다녀왔지만 여름휴가 내내 인사차 남프랑스에 있는 시댁에 다녀오고, 남은 시간에는 가능하면 이 지역에 머물렀다. 패들을 탈 수 있는 좀 더 큰 호수에도 가보고, 등산도 하고, 근교 소도시 구경도 하면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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