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직원 유연 근무제
누군가 캐나다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며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코 '유연 근무제'라고 말할 것 같다. 유연 근무제란 말 그대로 본인이 원하는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서 근무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출근 시간을 앞당기거나 늦추는 기본적인 것부터 업무시간을 일별로 추가로 배정해 하루를 더 쉴 수 있는 제도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내가 현재 활용하는 유연근무제는 하루에 45분을 추가로 일해서 2주마다 한 번씩 하루를 추가로 쉬는 제도이다. 엄밀히 말하면 제목처럼 매주 4일 일하고 3일 쉬는 것은 아니고 격주에 한 번씩 4일 일하고 3일 쉰다. (얼른 주 4일만 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즉 2주에 9일을 일한다고 보면 된다.
만약 주 4일만 일하길 원한다면 하루에 1시간 45분을 더 일하면 되지만 이건 좀 부담스러울 것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격주로 하루를 쉬는 유연근무제를 하고 있다.
모든 캐나다의 교직원들이 유연근무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어떤 Union(노조)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내가 속해있는 노조는 유연근무제에 대해서 굉장히 관대하다.
처음 입사하고 유연근무 제도가 있다는 말을 듣고 말뿐인 제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퇴근 시간이 제각각이고 주 4일밖에 일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동료들 대부분이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었고 출근시간도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제각각이었다.
일하는 시간이 제각각이고 각자 쉬는 날이 많아도 일이 별 탈없이 돌아갈 수 이유는 업무 분담이 명확하게 되어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크게 빠른 일처리를 기대하지 않는다. 캐나다 특유의 느린 일처리 문화가 일하는 입장에서는 참 고맙다.
하루에 7시간 일하다가 7시간 45분씩 일하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별 차이 없다. 한국에서 하루 12시간 일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다.
한국에도 몇몇 회사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했고, 앞으로 더 많은 회사들이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빨리빨리' 일처리 문화와 유연근무제가 얼마나 잘 공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본인은 10시에 출근하는데 상사가 8시부터 카톡을 보내면 10시에 출근하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유연근무제를 해본 결과 매우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같은 경우는 2주에 한 번씩 월요일에 쉬는데 이날 은행업무, 병원 진료 같은 주말에 하기 힘든 잡무들을 몰아서 처리한다. 또 주말이나 금요일에 휴일이 껴있다면 4일을 연달아 쉬어 여행을 다녀오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개인의 상황에 맞게 업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나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팀원들 중에도 자녀를 등교시키기 위해 혹은 대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신청하여 업무 시간을 조정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한국에도 어서 유연근무제가 널리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