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겨울이 무조건 춥다는 오해
캐나다라고 다 추운 건 아니야
물론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추운 나라이다. 가장 추운 도시 Top 10에 캐나다의 몇몇 도시가 항상 상위 두세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추위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캐나다' 하면 흔히 추운 겨울, 북극곰 혹은 오로라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러시아 다음) 큰 나라라는 것이다. 내가 사는 밴쿠버에서 캐나다의 동쪽 끝에 위치한 Newfoundland 주는 4,400km나 떨어져 있다. 한국과 네팔이 4,100km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먼 거리인지 짐작하기 쉬울 것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상 캐나다는 주마다의 특색이 강하고 문화적 차이도 일부 존재한다.(라고 캐나다 동쪽 끝에 있는 섬에서 나고 자란 친구가 이야기해주었다.) 특히 날씨가 주별로 천차만별이다. 내가 사는 밴쿠버를 비롯한 캐나다 서쪽의 도시들은 캐나다에 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겨울에 따뜻하지만, 북쪽의 일부 지역은 겨울에 영하 50도까지 떨어진다.
1월 평균기온이 영상인 밴쿠버
밴쿠버는 1월 최고기온이 7° 그리고 최저기온 2°로 캐나다의 도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따뜻한 날씨를 보여준다. 밴쿠버 바로 옆 밴쿠버섬에 위치한 빅토리아라는 도시는 1월 최고기온 8° 최저기온 5°로 더 따뜻하다. 단 두 도시 모두 한 달에 절반 이상이 비가 온다는 함정이 있다.
2010년에 밴쿠버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렸다고 밴쿠버를 추운 도시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야외 경기들은 모두 북쪽의 휘슬러라는 도시에서 진행되었다.(2010 휘슬러 올림픽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을 것 같다.)
밴쿠버의 겨울 날씨가 아무리 비가 내리고 우중충하여도 타지역의 어마 무시한 겨울을 겪어본 사람들에게 이곳은 천국이다. 나도 밴쿠버로 이주하기 전 위니펙이라는 곳에 살았는데 캐나다 내에서도 추운 겨울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겨울엔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야외에서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이고 차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서 매일 아침이 전쟁이었다. 어떻게 보면 밴쿠버로 이주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다.
홈리스의 천국 밴쿠버
홈리스에게 캐나다의 겨울은 생명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한 계절이다. 매년 겨울, 거리에서 생활하던 홈리스가 얼어 죽었다는 뉴스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홈리스인들이 캐나다에서 가장 따뜻한 밴쿠버로의 이주를 결심한다. 2019년 밴쿠버 홈리스 인구조사에 따르면 밴쿠버에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 중 75%가 밴쿠버가 아닌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44% 타주, 31% 같은 주 타지역)
밴쿠버와 그리고 밴쿠버 옆에 위치한 밴쿠버섬의 길거리에서는 심심찮게 홈리스들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홈리스가 시 전체에 골고루 퍼져있는 건 아니고 보통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밴쿠버 다운타운이나 차이나타운 근처에 가보면 정말 많은 홈리스들을 볼 수 있다. 홈리스들이 아예 공원 하나를 점거한 경우도 있었는데 밴쿠버 동쪽에 위치한 Strathcona Park라는 곳으로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홈리스가 그곳에 무리를 지어 생활했다. 현재는 지역 주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모두 강제 추방당한 상태이다.
Strathcona Park Tent City, 출처: CTV 뉴스캐나다의 추운 겨울이 싫은 당신에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캐나다의 추운 겨울 때문에 캐나다로의 이주를 주저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언론과 미디어에서 본 캐나다의 겨울은 혹독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내가 이야기한 것과 같이 캐나다의 모든 도시가 춥다는 건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이다.
캐나다 이주를 희망하지만 추운 겨울은 질색이라면 밴쿠버나 빅토리아 같은 따뜻한 도시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인 토론토도 1월 최고기온이 -1°, 최저기온이 -7°로 서울과 비슷한 기온대를 보이며 생각보다는 춥지 않은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