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별에서 전해온 이야기
잘 지내? 회사 잘 다니고 있지?
응, 나 이번에 과장 진급했어.
한국에 있을 때 같은 회사에 다니던 동기가 진급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벌써 우리 기수가 과장 진급 연차라니... 시간이 무섭도록 빠르게 흘러 버렸다. 이러다 동기들 중 누군가가 임원이 됐다는 소식을 듣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속절없이 흘러갈 세월이 두렵다.
동기가 들려준 회사의 소식은 다른 별의 이야기처럼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 회사를 그만둔 지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머나먼 옛날 일 같다. 아마 내 상황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캐나다에 오며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동기의 진급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싱숭생숭 해진다. 나보다도 늦게 대리로 진급한 동기가 과장이 됐다고 하니 더욱 기분이 묘한 것 같다.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녔다면 나도 지금쯤 과장이 되었을까? 어느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한국에 남았다면 지금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았을까? 하는 여러 잡스러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바쁘게 떠다닌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캐나다에 올 때는 조금 여유 있는 삶 하나만 바라고 왔는데 막상 여유 있는 삶을 쟁취하니 또 다른 욕심들이 생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쩌면 멀리서 들려온 동기의 진급 소식이 깊숙이 숨겨져 있던 나의 욕망을 깨운 듯 싶다.
캐나다로 이주하며 나의 커리어는 자연스럽게 초기화되었고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는 진급이나 명예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그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둔 것도 나의 선택이었고 캐나다로 이주한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살기 위한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래도 오늘 밤엔 마음속 꾹꾹 눌러왔던 질문을 어쩔 수 없이 꺼내게 되었다.
나 캐나다에서 잘 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