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전화위복
6년간 잘 쓰고 있던 휴대폰 액정을 깨뜨리고 말았다. 아이폰 SE 1세대로 손수 배터리를 두 번이나 갈아주며 애정 하던 녀석인데 부주의한 주인에 의해 액정 하단부가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던 것도 잠시... 어쩌면 이건 하늘이 주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휴대폰 사용량이 증가해 고민이 많았던 차였기 때문이다. 그간 휴대폰 사용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액정이 깨짐과 동시에 불현듯 이참에 휴대폰 사용량을 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액정 하단부가 심하게 깨져서 휴대폰을 조금만 보고 있어도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휴대폰을 멀리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일 평균 3시간 이상이던 휴대폰 사용량이 1시간 이내로 확연히 줄었다.
휴대폰 사용량이 줄어드니 생활이 한결 윤택해졌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이것저것 검색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게 일상다반사였는데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남는 시간에 책을 보기 시작했고 운동도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밤에 휴대폰을 멀리하니 수면의 질이 좋아진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번 일로 휴대폰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불과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미 나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하루 일과는 휴대폰을 집어 드는 것으로 시작하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새 올라온 최신 기사를 확인하고 새로 업로드된 비디오가 없는지 유튜브를 이리저리 서핑하곤 했다. 인터넷 공간에 나를 즐겁게 해주는 기분 좋은 소식들만 가득하면 상관없겠지만 열에 아홉은 기분 나쁜 뉴스이거나 자극적인 소재이다.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이런 낚시성 소식들은 나의 기분과 생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글을 쓰려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사고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된다.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에 뇌가 사고하길 멈추는 듯하다.
그간의 짧은 경험으로 비추어 보자면 휴대폰을 조금은 멀리해도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하루를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휴대폰 사용을 전폭적으로 줄여보려고 한다. 이 것이 바로 21세기형 전화위복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는 휴대폰을 교체하려고 한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듯이 깨진 핸드폰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조금 쓸쓸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