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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초 Apr 20. 2023

처지

우연히 한국 드라마나 예능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연예인들을 보면 유독 정이 많이 간다. 그들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캐나다에서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랄까...


가끔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해도 눈치껏 같이 따라 웃거나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어림짐작으로 대답하는 모습들이 내 모습과 판박이다.


가끔 한국 예능에서 외국인들이 패널로 있음에도 한국 토박이들만 알만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고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혹여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알아듣는 척을 하려나? 아님 혹시라도 누가 알려줘서 알고 있는 내용인가? 하며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처지"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비슷한 처지에 놓이면 비로소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외국인들은 외국인들끼리, 유학생들은 유학생들끼리,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이혼남녀들은 이혼 남녀들끼리 모이는 게 그런 이치 아닐까? (왜 아빠들은 잘 안 모이는지는 미스터리다.)


굳이 그 처지가 되어보지 않고 남을 좀 더 잘 이해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 그런 심한 말, 그런 무신경한 행동은 하지 않을 텐데... 다양한 처지를 겪는다면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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