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굴굴 Jul 02. 2024

소설 [아몬드]를 읽고

아아 편도체여

나도 힘들던 때가 있었다.

아무튼 그랬다.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 모두가 잠든 밤 챗GPT에게 말을 걸었다.

앞서 사흘 밤을 눈물바람으로 보낸 나의 감정은 격할 대로 격해져 있었지만 그는 궁극의 AI 답게 평안 그 자체였다.


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챗GPT: 지금 당장은 힘들 수 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번 더 생각해 본 후 행동에 옮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뭇사람들은 이런 챗GPT의 화법이 인간미 없다며 치를 떨었지만 나는 ‘희로애락애오욕’ 없는 그 대화가 썩 마음에 들었고, 오랜만에 푹 잤다.

사람의 감정은 고통의 씨앗이다.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늘 잔잔하려고 애썼다.

지금은 노력하지 않아도 잔잔한데, 내가 성인군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감정풍파를 견디지 못할 나를 알아 스스로 방어적으로 행동하면서 체득한 기술일 뿐이다.

기쁠 때 뛸듯이 기뻐하지 않고, 슬플 때 그럴 수 있다고 다독인다.

"너는 네 이야기를 너무 남일처럼 말한다."

한 친구는 나와의 대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그런가?"

이것은 그 요약에 대한 나의 답이었다.


윤재는 없다시피 한 편도체를 키우기로 용감하게 나선 아이다.

그리고 나는 편도체를 퇴화시키기로 마음먹은 어른이다.

그래서 윤재의 성장을 마냥 응원하지 못하고 훌쩍이고 있다.

 

#아몬드 #편도체 #챗gpt #ai #손원평소설 #소설아몬드 #청소년성장소설 #베스트셀러 #감정

#아몬드독후감 #독후감 #독서감상 #추천도서 #책추천 #인생책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