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글'과의 만남
20대 초 어느 날 집으로 향하던 늦은 밤, 지하철 끄트머리 좌석에서 나는 주체 안 되는 두려움과 답답함을 차마 전해져야 할 대상에게 보낼 수가 없어 메모장에 써 내렸었다. 그것은 떨림으로 형태를 차곡차곡 쌓을 수 없어 길이가 짧았고, 누군가에게 보일 필요가 없어 서투르고 초라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글이 어떠한 불순물도 없던 때였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보인다고 한들, 그것은 목적이 없었으니. 그 글은 내가 나 자신과 맞닥뜨리고 처음으로 기록한 글이었고, 이후 누군가에게 보였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주었던 덕분에 글에 대한 친밀감을 쌓기 시작했던 거 같다.
글쎄, 지금도 내 글에 어떤 목적이랄 것은 없겠지만, 글을 쓰는 대부분의 경우가 때 탄 감정으로 얼룩지거나 남겨서 좋을 것 없는 일들을 그럴싸한 말로 꾸며내 보려는 경우가 많아져서일까, 글 자체가 가진 침울함은 여전하고, 담백하고 순수한 관찰의 표현은 잃은 지 오래다. 가진 적도 없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이제부터 목적을 정해보려고 한다. 어그러진 관계에서 튄 감정과, 새벽의 감성, 치기 어린 멋 냄을 버리고, 온전하게 바라보고 담아낸 진심으로 글을 자아내고 나와 사람들을 엮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