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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Jul 01. 2023

영어와의 전쟁

영어 공부는 끝나지 않는다

나는 요즘 토요일에 일찍 일어난다. 종로에 있는 모 영어학원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금요일에 야근하고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야 했다. 세수만 하고 아무 옷이나 주워 입고 후다닥 가는 일상. 아침도, 점심도 먹지 못하고 오후가 되어야 끝나는 일정이 정말 고역이었다. 하지만 나는 돈을 쓰지 않으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지 않을 사람이었기에 시작하게 되었다.


스피킹 강사님은 재차 목소리를 크게 내라고 했다. 나는 어쩐지 내 영어 발음이 부끄러워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아니 옆사람은 대체 왜 저리 유창하게 말하는 거람? 기가 팍 죽었다. 첨삭과제에서도 목소리가 작아서 감점 요인이라는 말이 항상 들어가 있었다.






정말 영어공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때까지 나는 전형적인 수능형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영어 1등급이 문제가 아니고 이번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던 영어에 꽤 자신감 있었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곧잘 하는 읽기와 듣기와는 반대로 말하기와 쓰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읽기와 듣기를 곧잘 할 수 있다면 지식 습득에 아주 좋은 능률을 보인다. 혼자 논문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공부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남들보다 더 빨리 내용을 이해하니 시간을 버는 셈이다.


문제는 말하기와 쓰기가 연구 성과를 보여줄 때 필수적인 능력이라는 점이다. 영어로 자신의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영어 논문으로 제출해야 하는 하는 순간이 연구자에겐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나 나는 그 문턱에서 항상 버벅거리곤 했다. 특히 내 연구를 영어로 설명할 때면 얼굴이 벌게지고 질문자와 눈도 못 마주쳤다.






아, 영어!

사실 영어는 내가 유일하게 사교육을 받은 과목이었다. 나는 언어적 능력이 좋은 편이었지만 문제는 자신감이었다. 말이 턱턱 튀어나와야 하는데 머릿속에서 한번 "이 표현이 정말 괜찮은지" 점검 들어간 뒤에서야 입 밖으로 나오니 회화가 도무지 늘 수가 없었다. 이는 수능식 교육을 받는 한국인의 고질적인 문제기도 했는데, 이를 잘 알고 계셨던 부모님이 다른 과목은 몰라도 영어 회화는 꼬박꼬박 시켜주셨다.


대체 내가 영어 회화와 글쓰기에 쏟아 부운 그 많은 돈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남들처럼 외국에서 살다 오지 않아서 이렇게 자신감이 없는 걸까?

한 번은 이런 고민을 영어 잘하는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너는 술을 마시고 회화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일단 생각을 멈추고 말을 뱉어보라는 의미였다. 오히려 취기가 잔뜩 오른 채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면 치료될 수도 있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진지하게 이번 학회를 가서는 바에 가서 누구나 붙잡고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끝나지 않는 영어 공부. 지금 이 순간에도 영어 공부를 하다가 짜증이 올라와 씩씩거리면서 타자를 치고 있다. 하지만 간단한 질문에도 언어의 한계 때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책상에 앉게 된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영어 공부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영어로 세미나 발표를 하고 나면 항상 자괴감에 몸부림쳤으니까.

영어 공부를 게을리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영어 시험을 여러 번 준비하기도 했고, 학원도 다녀보고 회화 스터디도 해봤으니까. 그렇지만 그렇다고 충실했냐 하면... 글쎄.

그렇지만 이제는 정말 열심히 해야지. 백번쯤 새로이 마음에 새긴 말을 다시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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