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너무나 많은 일이 시작되고, 끝나고, 진행되어서 아직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 하나는 내 이름을 건 첫 논문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벌써 작년 12월의 이야기다.
세상에. 뛸 듯이 기뻐해야 했는데 충분히 기념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1일에 받은 메일은 다음과 같았다.
"We are delighted to let you know that the above submission, which you co-authored, has been accepted for publication"
이 한 줄로 시작되는 메일을 받자마자 나는 내 CV부터 업데이트했다. CV의 publication 란에 드디어 논문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2023년 8월에 받은 major revision 이후 4개월 만이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리뷰어들의 코멘트를 전부 확인하고 수정하고 설명했다. Major revision이라지만 사실상 minor 한 수정사항뿐이었다. 혹시나 또 minor revision 요청이 올지 궁금했는데 그대로 억셉되었다.
첫 논문이 1 저자가 된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왜냐하면 내가 저자로 참여한 더 오래된 연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manuscript를 작성한 지도 상당히 오래되었었기 때문에 당연히 먼저 세상에 나오지 않을까 했었다.
그러나 연구란 언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고, manuscript를 작성하는 사람(보통 1 저자)이 어떤 개인사정이 생길지, 교신저자인 교수님이 어떤 바쁜 일이 생길지는 알 수가 없다.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논문 작성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먼저 가는 연구 없다더니(?).
당연히 세상을 바꿀만한 연구는 전혀 아니고, 아주 좋은 저널에 출판되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석사 졸업 전에 내 이름이 들어간 논문이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깎아내리려는 내 못된 성정을 진정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생각이 불쑥 나타날 때에 "그래도 나는 출판한 논문이 하나 있는 석사"라는 사실은 내 자부심이 되었다. 제가 맡은 연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강의를 찾아 들으며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지난날의 열정들이 논문 한 편에 녹아있었다. 그래서 더욱 이 논문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