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졸업 후 방송작가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EBS에서 <보니하니>, <CEO특강>, <현장! 교육>, 뉴스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송을 기획하고 대본을 집필하며 7년을 보냈습니다.
빠듯한 방송 현장에서 글은 프로그램을 살리는 생명줄이었습니다. 그 시절, 글은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후,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12년째 홍보 담당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경북의 한 시청에서 시작해 현재는 서울의 구청에서 언론 대응, 연설문 작성,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글이 곧 ‘행정의 얼굴’이라는 걸 매일 느낍니다. 보도자료 한 문장, 답변자료 한 줄이 조직을 설명하고, 때로는 한 사람의 전문성을 증명합니다.
글은 결국 사람을 남긴다
업무 중에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짱 주무관 글은 딱 알아보지.”
글이 제 얼굴이 된 배경은 거창한 기교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늦더라도 반드시 회신하려는 태도, 일의 끝에서 결과를 공유하는 습관, 협업한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작은 문장, 근거 자료를 꼼꼼히 첨부하는 성실함.
이런 축적이 쌓여 제 글만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보고서가 깔끔히 구조화되어 있으면 “신뢰할 만하다”는 인상을 남기고, 같은 부탁이라도 “가능하시다면 ○일까지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장은 상대를 존중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합니다.
글 속의 단어와 구조, 마무리 한 줄은 결국 제 태도를 보여주는 흔적이었습니다.
글은 커리어의 얼굴이다
돌아보면, 방송 현장에서부터 행정 조직에 이르기까지 글은 제 커리어를 이끌어온 무기였습니다.
글은 일머리를 드러내고, 태도를 보여주며, 결국 신뢰를 쌓는 도구였습니다.
회신은 책임감을,
근거는 전문성을,
감사는 신뢰를 남깁니다.
저는 이 작은 습관들이 모여 “이 사람의 글은 믿을 만하다”라는 평가를 만들고, 나아가 저라는 사람을 각인시킨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글은 풀리면 일이 풀리고, 일이 풀리면 결국 내가 성장합니다.
이것이 제가 커리어 전 과정을 거쳐 깨달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진리입니다.
이 연재가
직장에서 승진의 문턱 앞에 선 분들,
관계의 벽 앞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께 닿기를 바랍니다.
글은 막힌 길을 열어주고,
풀리지 않는 일을 흐르게 하며,
때로는 꽉 닫힌 관계까지 조금씩 풀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의 앞길에 반가운 이정표가 되고,
마음에 작은 숨통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기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