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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니 Aug 01. 2024

기후변화가 가져다준 변화

비상근무가 알려준 깨달음

오락가락. 들쭉날쭉.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


그야말로 변덕의 최고점을 경험한 지난 2주였다.


올여름, 우리나라 공직세계는 기후변화의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통상 날씨 변화에 대비해 계절마다 비상근무가 진행되는데 올해는 그 예측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1년을 비상근무와 함께

사실 공직 세계에는 생각보다 비상근무가 많다. 지방행정의 역할이란 것이, 소방과 경찰을 제외한 사회 대부분의 영역을 담당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경험한 것만 해도 대략 5가지이다.


4~5월에는 산불감시에 동원된다. 산불 중 대다수가 사람에 의한 사고인지라 사람이 직접 나서 살핀다. 산이 많은 경상북도나 강원도 지역에서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순번에 맞춰 배당받은 지역의 산들을 둘러봐야 한다.


산불 감시가 끝나고 6월이 되면 풍수해 비상근무가 시작된다. 초여름 장마가 오기 전 비바람 피해에 대비하는 것이다. 수해 대비 장비들을 설치하고, 위기가구를 살피고, 침수지역을 수시로 점검한다.


장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폭염이 찾아온다. 7~8월동안 더위와 싸워가며 여러 번의 주말을 반납하면, 9월 중순경 추석을 앞두고 다시 태풍에 대비한 풍수해 비상근무가 마라톤을 이어간다.


그리고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 시작은, 한파 비상근무와 함께다.



기후변화가 바꾼 비상근무 양상

수십 년 동안 계절 변화를 주기로 1년의 비상근무가 자연스럽게 흘러왔다. 물론 간혹 폭우와 폭염, 혹은 기록적인 태풍이 예측을 비껴가기도 했지만 큰 틀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난 2주는 달라도 정말 달랐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 비상근무가 정신없이 바통을 주고받았다. 10년 공직생활동안 처음 겪는 일이었다.


2주 전 아침 7시, 올해 나의 첫 비상근무 명령이 내려졌다. 폭우가 예상되니 1시간 내로 업무에 돌입하라는 내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아이 등교를 부탁하고, 부랴부랴 출근길에 나섰다.


막 사무실에 도착한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문자 하나를 받았다. 비상근무 ‘해제’ 안내였다. 그럴만한 것이 출근하는 1시간 사이 세찬 빗줄기가 그치고 해가 났다.


'뭐 그렇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정시 퇴근을 마음먹은 오후. 느닷없이 폭염 비상근무 명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날 밤, 다음 순번에게는 밤사이 폭우에 대비한 비상근무가 내려지고, 다시 아침에는 폭염 대비 근무 명령이 내려졌다.


20년 된 선배 공무원도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비상근무로 체감한 지구의 경고

그렇게 2주 동안 우리는 예측 없이 떨어지는 비상근무 명령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게릴라 폭우', '트리플 이상 기후', '치고 빠지는 폭우'. 언론이 담아낸 지난 2주 대한민국이 마주한 기후변화의 얼굴은 여러 모습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10년 동안 내가 했던 수많은 비상근무는 '빈 구급약 통'과 같았다. 겉은 그럴싸해서 가지고 있으면 안심은 되지만, 정작 속은 비어 있어 막상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는 그런 것.


그러나 올해 비상근무는 '경고장'의 느낌이었다.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생기니, 어서 빈 통에 약을 채우라'는 경고장.


어떤 변화를 일상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건, 그 변화의 영향이 코 앞에 있다는 뜻이다.


지구의 위기가 정말 코 앞에 와 있다.



우리는 왜 경험해야만 알까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제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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