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보니 뭐가 가스라이팅인지 알겠더라
가스라이팅이란 사실이나 감정등을 왜곡해서 심리적으로 상대방을 조작하는 행위를 뜻한다. 동료사이, 상사와 부하사이, 보모자식 간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내가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하는 말이야.’
‘너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상대방은 자꾸 나를 고치려고 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인도하고 싶어 한다. 그 당시에는 내가 변해야 발전이 있을 것 같고, 남이 하는 말이 꼭 옳은 말 같다. 그래서 그 사람이 한 말대로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시도하게 된다.
사실 우리가 성장하려면 여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도를 해야 하고, 새로운 것들을 자꾸 접해야 하는 것이 분명 맞다. 하지만 인생의 주도권을 남에게 넘겨서 머리채 잡힌 기분으로 어딘가로 끌여가는 것은 분명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인지 쉽게 아는 방법은 그 사람의 유도대로 어떤 일을 하고 나서 그 일에 후회가 여러 번 든다면 그것은 가스라이팅이다. 당시에는 그 사람의 말이 맞는 것같아 하라는 대로 했지만 나중에는 ‘아, 내가 하고 싶은데로 했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가 든다. 분명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계속 아니라고 설득시켜 그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한다면, 그리고 그 결과가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면 그것은 가스라이팅이다.
지난주, 나는 몸이 좋지 않아 며칠을 집에서 쉬었다. 간신히 몸이 좋아져 산책을 나가려고 했는데 그때 사부에게 문자가 와서 운동을 같이 하게 되었다.
‘사부, 난 겨우 회복한 몸이라 무리하면 체력을 고갈시켜 안돼. 내가 피곤하다고 느끼면 난 걸을 거야.‘
사부는 처음에 알겠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말을 바꿨다.
‘지영, 지금은 피곤하게 느껴져도 여기서 조금만 더 뛰면 몇 킬로 달성이야. 금방 포기하고 안주 하는 사람은 어떤 결과도 내지 못해. 조금만 더 뛰자.‘
언뜻 듣기에 맞는 말이라 나는 몸에 피로감이 온 상태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결국 목표지점에 골인을 했다. 사부는 거 보라며 할 수 있지 않냐 나를 치켜세웠지만 나는 웃으면서도 피로감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집에 와서 바로 열이 나기 시작했고 발목이 아파 바쁜 주말을 아픈 발목을 동여매고 일을 하며 무척 후회를 했다. 사부에게는 뛰어도 무리가 없는 거리였더라도 아픈 나에게는 큰 부담이 된 것이다. 간신히 회복 중이던 몸을 도로 망쳐버렸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이 악의가 없더라도 나와는 성격도, 체질도, 성장배경도 다른 타인이기에 (가족도 포함) 그들이 생각하는 ‘옳은 방향’이 나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그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그게 나한테 독이 된다면 ‘나는 그 방법이 이런 이런 이유로 맞지 않아.’라고 거절을 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며칠간 거리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꾸 아플수록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부에게
‘몸이 나으려고 하는 순간에 자꾸 무리하게 몸을 움직여서 다시 체력이 고갈이 되는 게 싫다. 확실하게 쉬어서 운동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나가서 운동을 하겠다.’
라고 거절을 했다. 지난 며칠을 쉬고 오늘 일어나니 가뿐한 느낌이 들어 산책만 하려고 나갔는데 힘이 나서 하프를 뛰고 왔다. 누가 잡아끌어서 뛴 게 아니라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뛰었더니 집에 와서 아픈 곳이 하나도 없다. 뛰다 보니 가스라이팅이 뭔지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