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기계처럼 달리는 사람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다리가 알아서 움직이고 바람과 내가 일체 되는 순간이 온다. 아주 잠시 머물다 가는 순간일지라도 이 순간을 한 번 맛보면 뽕쟁이가 뽕 못 끊고 똥개가 똥 못 끊듯 러너들은 점점 달리기의 매력에 매료된다. 내장이 콧구멍으로 빠져나올 듯 기침하면서 뛰는 사람 (나 해봤음), 무릎부상이 왔는데 무릎을 정신력으로 이겨야 한다며 절뚝이며 뛰는 사람들, 비가 쏟아지는데 런데이 빈칸 안 만든다고 나가서 뛰는 사람들 와... 이 모든 사람들 중에 정말 이길 수 없는 사람은 정말 매일, 24/7, 365일, 일 년 내내 달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있냐고? 있다. 와...
아니, 생각을 해보자. 우리는 직업도 있는 사람이고, 사람인 이상 일 년 중에 최소 1일, 반나절 정도는 컨디션이 안 좋거나, 또 시댁이나 장모님 심부름을 하거나 가족모임에 고스톱 판이 길어져서 날밤을 까는 날도 있는데 그럼 고스톱 치다 말고 '아, 잠깐 스톱이요, 제가 지금 달리기를 해야 해서요. 한 시간만 참아주시죠.' 뭐 이러고 나가서 뛴 단 말인가? 혹은 회사에서 2박 3일 워크숍을 가서 부장님 줄을 막 타려는 순간이 왔는데 '아 부장님, 제가 지금은 달리기를 해야 해서요. 1시간만 있다가 이야기해도 될까요?' 이러고 간단말인가?
그리고 몸은 또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달리는 거리도 무시무시한 이 사람들은 최소 거리가 15km이다. 우리가 백 미터 달리기를 할 때 그 거리도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백 미터를 열 바퀴 돌라면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백 미터를 열 번 달려야 겨우 1km가 된다. 속도는 또 어떠한가? 잠시 서서 셀카도 찍고 엉덩이가 씹고 있는 바지도 종종 빼가면서 달리려면 속도가 뻔한데 이 사람들은 전속력이다.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린다. 그렇게 달리고 9-5 직장업무를 한 다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할 거 다 한다. 나도 체력이 좋다고 자부했는데 일을 하면서 매일 달리다 보니 어느 주는 한번 쉬는 날 정말 쉬어줘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이 사람들은 그게 없다.
아니, 사람이 어떻게 그러지.
아니, 대체 어떻게 그렇게 달려요?
어떻게 그렇게 달리냐고 물어보면 그냥 매일 달린다고 한다.
아니 그런 식상한 대답말구 좀 다른 거 없냐구우.........
사실, 사람 아니지!!!!! 안드로이드지!!!!
어쩐지 내가 너무 잘 뛴다 했다.
사람 같지 않더라니!!!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