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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토스 Jul 02. 2022

번아웃 즈음 느낌과 생각

내가 뭘 잘못했다고

번아웃을 경험하는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는게 좋을까 생각하다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쓰나미' 

쓰나미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영상을 보는 나마저도
'언제든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저렇게 느린데'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결국 가까이 접근하게된 후에야 비로소 쓰나미의 속도와 크기에 압도당하게 되고 휩쓸리고 만다.


정신도 마음도 체력도 건강할 때는 '더 더 더 조금만 더하면 도달 할 수 있어, 지금은 맘편하게 쉴때가 아냐,
체력은 정신력이야, 목표에 도달하고 나면 모든게 편해질꺼야" 라는 생각을 하며 휴식을 뒤로미룬다.


그렇게 한껏 에너지를 소모하며 충전 없는 삶을 살다 보면 곧 그녀석은 찾아와 있다.
"똑똑 번아웃인데요, 몸을 막쓰시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어 지금부터는 제가 통제하겠습니다."

그 녀석은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큰 덩치와 강력한 힘을 이용해 속전속결로 내 몸의 통제권을
 빼앗아 갔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던거 같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열심히 살아왔던것 밖에 없는데 잘해왔는데 최선을 다했는데 몸을 막썻다고?
아무것도 못하게 통제권을 빼앗아 간다고? 니가 뭔데!!!!"
   

하지만 이미 달리는데 에너지를 잔뜩 써버린 바람에 반항할 힘이 없었다.

그렇게 내 몸 여기저기에는 '빨간 딱지'가 잔뜩 붙어 통제권을 잃어 버리게된 느낌이 들었다.

*빨간 딱지 : 압류 딱지


그리고 그 녀석의 통제력을 키워주고 기간을 늘려주는 일을 반복했다.

바로 '비교를 통한 자기비하와 반복된 후회'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빛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여전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혼자만 제자리 걸음으로 뒤처지는 느낌이 싫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합류하지 못하고 멀뚱 멀뚱 보고만 있자니 화가났다.

그럴 때면 "그냥 다시 달려볼까? 움직이면 그런데로 또 움직여 지지 않을까?" 하며

평소 하던 독서를 하고 스터디 모임을 나가고 했지만 결과가 원하는 만큼 나와주지 않으니

역풍을 타고 나를 더 깎아 내렸다.


그 다음 단계로 후회를 시작했다.

"이렇게 멈출꺼면 열심히나 하지 말껄,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었지..., 진심을 다해봐야

돌아오는건 초라함뿐인데 대충대충 할껄...."

내가 진심을 다해 열심히 했던 것들을 한껏 후회했다.


그렇게 뭐가 문제인지를 나에게서만 찾으려 했다.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는데.....


반복되는 위의 행동들로 번아웃은 통제권을 계속 키워갔고 그 덩치와 힘 또한 비례했다.

그리고 파산한 기업이 살기위해 구조조정을 하며 비효율적인 것들을 쳐내듯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자

비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무상으로쓰며 했던 행동들부터 쳐내갔다.


평소에는 웃던 시시껄렁한 농담들에 웃음을 거둬들였고, 도움을 청하는 손길을 잘랐다.

내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줄곳 하는 사람들과는 만남의 횟수를 줄였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일 끝나고 저녁 약속을 잡아도 거절했고 팀파워에도 불참했다. 

일하던 중 꾸중을 들을때 했던 마음속과는 반대되는 대답은 침묵했고 표정관리는 뒷전이었다.


번아웃이 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를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해서 효율모드로 전향시켰던거 같다.

평소에 에너지 넘치고 활달한 성격이었기에 항상 사람들과 만나면서 에너지를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내면의 욕구는 그게 아니었나보다. 

(실제로 버크만 진단시 내면의 욕구를 알아볼때 그점을 확인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아둥바둥 하지 않아도, 빛나지 않아도, 다른사람들에게 모두 착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로 1년을 보냈고 그때서야 다시 뛸수 있는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물론 번아웃은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르겠지만 경험을 토대로 전달하고 싶은 것들은 이렇다.

1. 번아웃이 왔을때 밀어내려 부정하기보다는 '내가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했구나'를 인정하자

2. 후회는 현실에서 겪는 가장 큰 지옥일지 모른다. 이미 지난일에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자.

3. 남과의 비교는 자기비하를 불러올 뿐이다. 비교할거면 차라리 어제의 나와만 비교하자.

    사실 우린 현재 살아있으니 대단하다 생각한다.


이런말을 들은적이 있다.

세상에 어려운일은 없다. 그걸 어렵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있을뿐!


누구든 겪을 수 있지만 누구든 지나보낼 수 있을거다.


'화이팅, 힘내' 라는 말도 요즘은 가스라이팅이라 한다.


그래서 그거보다는 '현재에 맞게 살자'정도로 응원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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