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는 여전히 한 여름
오늘은 서귀포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왔다. 밀린 글을 쓰러 왔는데 뷰가 너무 좋아 한참을 바라보다 시간이 다 가버렸다.
같은 바다를 안에서 보느냐, 밖에서 보느냐에 따라 너무 다른 느낌을 받았다. 에어컨 바람이 솔솔 부는 실내에서 보는 바다는 참 아름다웠고 눈과 마음까지 다 시원했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리얼(진짜)' 바다는 덥고 습하고 강한 햇볕에 비치는 윤슬에 눈 부시기까지 했다. 어쩌면 우리 마음도 그런 것 아닐까. 진짜 나의 마음은 사실 덥고 습하고 땀이 흐르는 상태인데 유리창너머 보며 아름답고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진짜 마음을 마주하는 일은 어쩌면 덥고 습한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만큼 불쾌하고 불편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름은 원래 더운 것이라며 더운 걸 받아들이면 또 그저 그냥 더운 여름날이 되는 것이며 땀이 흐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된다. 맞다. 여름 바다는 더운 것이다. 하지만 덥고 습하고 땀이 흐르는 게 불쾌하고 싫으면 자꾸 여름에 당연한 더위로부터 피할 자리를 찾게 된다. 유리창으로 사방을 막게 된다. 파도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된다. 같은 더위도 이렇게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데 세상일도 그렇지 않을까.
해가 지고 밖으로 나왔다. 파도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바다는 파도지. 한낮의 더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그래도 덥고 습하다. 깨달았다. '리얼(진짜)' 여름 바다는 응당 덥고 습한 것임을.
여러분의 '리얼(진짜)' 마음이 오늘은 어떤지 유리창 너머로 나가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덥고 습하더라도 파도소리도 듣고 '리얼(진짜)' 마음을 알면 새로운 것이 보일 수 있잖아요. 뭐, 예를 들면 돌고래 같은 거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