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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아해 May 12. 2024

우리는 모두, 규칙 정하기

20240305. 6학년

  여전히 얼어있는 우리반이다. 수줍음인지 낯설음인지 부끄러움인지, 그 어딘가를 왔다갔다 하고 있으려나.


  둘째날도 여전히 해야할 것이 많다. 청소구역을 나누었고 반드시 지켜야할 규칙들도 소개했다. 가장 반발이 심했던 건 '핸드폰 사용'이었다. 작년에 아이들은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핸드폰을 자유롭게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2학기 말에 학교 교칙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번 공론화 되었었고 그 중심에는  핸드폰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들마다 재량권이 부여되긴 하지만 함께 사용하는 학교라는 공간이니만큼, 커다란 틀 안에서 규칙을 지키자는 이야기였다. 학교 교칙에는 명확하게 "핸드폰 등 전자기기는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목적 외에는 사용을 금지한다."라는 내용이 있었고 이에 맞춰 가정통신문이 안내되었고 학생들에게는 교칙을 여러차례 상기시켰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줬다 뺐는게 더 나쁘다는걸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작년에는 안 그랬어요!"

  "6학년 되니까 핸드폰 금지네. 5학년이 그립다."

  작년과 올해를 은근히 비교하는 듯한 말들에 콕콕 찔리다가 표정을 굳히고 이야기 했다.

  "작년에 핸드폰을 자유롭게 사용했던 건 학교 규칙을 정확하게 몰랐기 때문이야. 5학년은 되고 6학년은 안 되는게 아니라, 원래 안 되는 거란다. 수업시간에 배움을 위한 목적으로 핸드폰을 활용하기도 할거야. 하지만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는 핸드폰이 아니라, 친구들과 서로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


  사실, 나도 핸드폰을 허용했던 적이 있다. 학급회의를 거쳐 핸드폰 사용규칙을 만들고 점심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었다. 그때는 코로나19가 한참 창궐하던 시기였는데, 학교에서는 최대한 아이들끼리 모이지 않도록 애를 쓰던 시간이었다. 책상도 띄엄띄엄, 밥도 띄엄띄엄, 이동 수업도 없어졌고 화장실도 시간에 맞춰 겹치지 않게 이용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진 그 시간들 속에서 핸드폰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아이들에도, 나에게도.


  그 시간은 지나갔고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으니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러니 굳이 핸드폰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핸드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최고의 보상으로 작용하고 있다. 손 쉬운 보상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려나.) 입이 이만큼 튀어나온 아이들의 불만을 뒤로 하고 엘리즈 그라벨의 <우리는 모두!>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닮은 점도 정말 많다는 귀여운 그림책이다.

  특히 '실수하며 좋은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우리는 모두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어. 그리고 도와주는 것을 좋아해.' 에서 오래 머물렀다.


  아이들은 어땠을까?



#엘리즈그라벨

#우리는모두!

#학급규칙

#좋아해서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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