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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글 Mar 19. 2022

자취생의 느린 식탁 - 감자 뇨끼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

숨 가쁘게 일상을 살다가 드디어 찾아온 토요일이 무척이나 반가운 오늘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힘들고 바쁘게 지낸 나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비도 오고 날씨도 쌀쌀하니 집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서 뒹굴거리며 드라마를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쉬려고 하면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오전에 마쳐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마치고 나니 점심이 되었다. 배는 이제 밥 먹을 때라고 당장 먹어야 한다고 소리치는데 며칠 전부터 해 먹고 싶었던 감자 요리가 생각났다. 바로 감자 뇨끼!


배달의 민족에서 이태리 음식점이 올라 온 것을 보고 궁금해서 시켜 봤던 감자 뇨끼는 정말 성공적이었다. 원래 감자 들어간 요리를 좋아하는데  취향을 저격한 요리였다. 흠이라면 너무 고가의 음식이라는 .

뇨끼는 이태리식 감자 수제비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해 먹을 수 있지 않는가.

   야심 차게 감자를 준비해 만들었던 뇨끼는 반죽의 비율이  맞았는지 떡도 죽도 아닌 정체불명의 요리가 되어 버려   숟갈  먹고 아깝지만 죄다 버렸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도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굳은 마음이 있어 간자를 또 샀다. 감자도 있겠다 요리를 해 볼까 했는데 꼭 필요한 부재료가 없다

그냥 포기하고 있는 반찬에 밥을 차려 빨리 성난 배를 잠재워 줄까 고민하다가 나는 늦게 먹더라도 먹고 싶은 걸 먹겠노라 결심했다.


장보러  김에 필요한 것도 사야겠다 싶어  시간 동안 장을 보고 와서  시간을 요리했다. 계란 노른자만 넣으라고 했는데 흰자가 아까워서  넣었더니 완전 죽이 되어 수습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면서 '무슨 진수성찬을 차린다고 이렇게  소중한 쉼의 시간들을 못쓰면서까지 이렇게 밥을  먹는다는 거니'라고 자문했지만 그래도 나는  시간이 가치있다고 믿기로 했다.


바쁜 일상 속에 빠른 음식, 차려진 음식에만 익숙해져 그 뒤에 있는 씻고 칼질하고 반죽하고 삶고 튀기는 작은 노동들이 힘들고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내 삶의 이런 작은 일들도 사랑해 줄 수 없는지.

점심과 저녁의 어디쯤에서 나는 느린 식탁을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그리고 감자 뇨끼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져 맛있는 한끼를 선물받았다.


나의 토요일 건강한 점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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