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맛있는 밥상
숨 가쁘게 일상을 살다가 드디어 찾아온 토요일이 무척이나 반가운 오늘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힘들고 바쁘게 지낸 나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비도 오고 날씨도 쌀쌀하니 집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서 뒹굴거리며 드라마를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또 쉬려고 하면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오전에 마쳐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마치고 나니 점심이 되었다. 배는 이제 밥 먹을 때라고 당장 먹어야 한다고 소리치는데 며칠 전부터 해 먹고 싶었던 감자 요리가 생각났다. 바로 감자 뇨끼!
배달의 민족에서 이태리 음식점이 올라 온 것을 보고 궁금해서 시켜 봤던 감자 뇨끼는 정말 성공적이었다. 원래 감자 들어간 요리를 좋아하는데 내 취향을 저격한 요리였다. 흠이라면 너무 고가의 음식이라는 것.
뇨끼는 이태리식 감자 수제비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해 먹을 수 있지 않는가.
몇 달 전 야심 차게 감자를 준비해 만들었던 뇨끼는 반죽의 비율이 안 맞았는지 떡도 죽도 아닌 정체불명의 요리가 되어 버려 한 두 숟갈 떠 먹고 아깝지만 죄다 버렸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도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굳은 마음이 있어 간자를 또 샀다. 감자도 있겠다 요리를 해 볼까 했는데 꼭 필요한 부재료가 없다
그냥 포기하고 있는 반찬에 밥을 차려 빨리 성난 배를 잠재워 줄까 고민하다가 나는 늦게 먹더라도 먹고 싶은 걸 먹겠노라 결심했다.
장보러 간 김에 필요한 것도 사야겠다 싶어 한 시간 동안 장을 보고 와서 두 시간을 요리했다. 계란 노른자만 넣으라고 했는데 흰자가 아까워서 다 넣었더니 완전 죽이 되어 수습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면서 '무슨 진수성찬을 차린다고 이렇게 내 소중한 쉼의 시간들을 못쓰면서까지 이렇게 밥을 해 먹는다는 거니'라고 자문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시간이 가치있다고 믿기로 했다.
바쁜 일상 속에 빠른 음식, 차려진 음식에만 익숙해져 그 뒤에 있는 씻고 칼질하고 반죽하고 삶고 튀기는 작은 노동들이 힘들고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내 삶의 이런 작은 일들도 사랑해 줄 수 없는지.
점심과 저녁의 어디쯤에서 나는 느린 식탁을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그리고 감자 뇨끼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져 맛있는 한끼를 선물받았다.
나의 토요일 건강한 점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