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유발의 심리학>
사람의 표정, 말투, 행동 그 너머에 있는 속 마음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물론 더 자세히 말하자면 책 표지에 쓰여있는 것처럼 그 인간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지 알고 싶었다.
심리학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든지 변화시킨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깊게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해 온 학문은 꽤 그럴듯하며 충분히 인간의 삶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에
심리학 책을 찾아봤다. 제목이 꽤 끌렸다. 아니 제목보다는 사실 목차가 더 내 마음을 솔깃하게 했다.
저자는 클라우디아 호흐브룬이라는 독일의 정신과 전문의이며 심리 상담가이다.
책에서 분류된 아홉 가지 인간 군상은 모두 다 또라이이다. 피해망상 또라이, 자뻑이 또라이, 대마왕 또라이, 변덕쟁이 또라이, 원칙주의자 또라이, 겁쟁이 또라이, 우유부단 또라이, 디바 또라이, 괴팍이 또라이가 있다.
이름 한 번 참 재미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서로 또라이라며 놀렸던 기억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단 이름만 들어도 나에게 해당되는 몇 가지 유형이 있었다.
유형 테스트를 해보는 질문지도 있다. 내가 예상했을 때 나는 피해망상, 변덕쟁이, 겁쟁이였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유형은 차지하는 비율이 낮고 원칙주의자 또라이가 가장 높게 나왔다.
몇 가지 안 되는 질문으로 나라는 한 사람을 규정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분석이라 생각되었다.
원칙주의자 또라이.
"안전을 추구하며 규칙이 그 안전을 보장한다고 확신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처럼 맹목적 준수를 요구한다"
"평소 활동 반경을 벗어나는 새로운 경험과 발견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분노 유발의 심리학 중-
나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원칙을 어기는 사람을 나만의 날 선 잣대로 평가하고 비난한다. 그리고 가장 많이 비난받는 사람이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반대로 융통성 있고 자유분방한 사람을 부러워한다. 물론 어느 정도 규칙과 원칙을 무시하지 않는 선에서 지켜지는 자유를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이런 또라이가 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어릴 적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 어떤 양육을 받고 자랐는지에 대해 묻는다. 과거의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 특히나 가장 큰 원인이 부모님이라는 것. 나는 이 부분에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나의 이런 고유한 기질과 성향이 외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환경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겠지만 마치 우리의 모든 약하고 모난 성품들이 누군가에 의한 상처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한없는 자기 연민의 구덩이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가 우리 모두는 또라이라고 활기차게 선언하는 부분에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세상에 혼자 잘난 사람도 혼자 못난 사람도 없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 뒤에 숨겨진 약한 부분이 있고 한없이 약하고 모자라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탄탄하고 강한 속살도 있는 것이기에.
너라는 또라이를 이해할 수 없어 찾았던 책 속에서 나는 나라는 또라이를 또 한 번 관찰하게 되었다.
책 한 권으로 사람이라는 복잡하고 신묘한 존재에 대해 그리고 그 존재의 절정을 이루는 마음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나라는 불가사의한 존재를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하물며 남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나에게도 남에게도 서로의 또라이같은 못난 모습 조금 눈감아 주고 참아 주고 좋은 모습 배워 가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