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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글 Mar 15. 2022

살림하는 자취생 이사하다 (1)

넓은 집에서 좁은 집으로 이사하기 

5년 넘게 살았던 아늑하고 깔끔했던 나의 월세집은 혼자 살기에는 넓은 집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가정집인 줄 착각할 만큼 나름 이것 저것 들여놓고 자취생이지만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살았다.  

때론 혼자 뭐하러 이렇게 넓은 집에 사는가. 월세도 만만치 않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시세를 따지면 이만한 집이 없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지냈다. 

사실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가족들이 왔을 때에도 반겨 줄 충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물론 그 이외에는 그렇게 넓은 공간이 다 이용되지 못한다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그러던 어느날 마치 이사갈 때가 되었다고 누군가가 일러 주기라도 한듯, 

쓰고 누리기에만 바빴던 나의 경제 관념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월세를 조금이라도 더 아껴서 

내가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써야겠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한 이 집을 떠나기가 두려운 마음이 움직이는 내 마음을 이따금씩 막아 서곤 했다. 

이렇게 좋은 집이 또 있을까? 이렇게 좋은 집을 떠나면 얼마나 우울해질까?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누리는 것들이 영원한 것도 아닌데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집착하고 있었던 것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나의 이상을 다시 한번 그려 보았다. 

쌓아 두고  무거운 짐 싸매 부둥켜 안고 가는 인생이 아닌,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풍족하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 행복한 마음으로 사는 삶. 




뭐 생각은 늘 쉽다. 현실이 어렵지...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면 완벽하게 그런 인생을 살지는 않아도 모양새가 조금씩 나오지 않나 싶다. 

현실... 은 바로 집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싸고 좋은 집은 정말 찾기가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집을 구했고 이제 살림살이를 줄여야 했다. 월세를 줄이려니 살던 집만큼  넓고 좋은 집은 없었다. 그래서 필요없는 물건들은 당근에 나눔을 하거나 괜찮은 물건들은 팔려고 내 놓았다. 

내가 이렇게 필요없는 것들을 쌓아 두고 살고 있었다니... 집이 넓으니 당장 필요가 없더라도 쌓아 놓을 공간이 충분했기에 안 버리고 놔 두고 언젠가는 쓸거라는 생각으로 지금껏 손도 안대고 있었던 많은 물건들과 이제 정말 작별할 시간이었다. 당근으로 정말 많은 이웃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사는 힘들고 어렵지만 그 동안의 나의 생활 습관들을 다시 점검하게 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잘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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