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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열곳 Feb 16. 2022

불면증과 공생하기 with 뱃살

어렸을 때부터 잠을 잘 자지 못했습니다. 조그마한 소리만 들어도 깨기 일 수였고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시간 이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잠들고 나서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고 깨기라도 하면 그다음에 다시 잠에 드는 것 또한 힘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학교에서 수련회를 가면 가장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나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였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언제 가는 잠에 들었고 피곤하더라도 별생각 없이 하루를 지냈습니다. 


보통날

중학생이 되고 나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보통날이었고 자려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한숨도 잠을 자지 못하고 밤을 새웠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가서 종일 졸았고 다음날 피곤한 상태로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또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다음 날 학교에 가자 저는 몽롱한 몸 상태뿐만 아니라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에는 당연히 집중할 수가 없었죠. 그리고 그날 밤 몸이 피곤해서 미칠 것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의 공포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나는 왜 잠을 자지 못할까? 앞으로 이렇게 계속 잘 수 없게 되면 어떡할까?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서의 저의 생활은 정상적일 수 없었습니다. 비몽사몽을 넘어서서 오늘도 잠을 자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몸과 정신의 힘듦이 점점 크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그날 밤도 잠을 자지 못했고 저는 10일 정도 이 생활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이러다 정말 죽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 근처 신경 정신과를 가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받고 약을 받아와 먹고 누은 그날 드디어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불면증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주변에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90년대 당시 신경정신과를 다닌다고 하면 정신 이상이 있는 사람으로 보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불면증을 앓고 있는 현대인이 7명 중 1명이라는 통곋 있고, 3명 중 1명이라는 통계도 있을 만큼 흔한 질병으로 보고 치료를 받지만 그때는 달랐습니다. 하루 못 자면 피곤해서 그다음 날은 잘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되지 않냐는 부모님의 말이 상처로 와닿을 만큼 겪어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도 어디에 이야기할 수도 없는 질병이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약 4~5년 동안은 살면서 불면증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잠을 잘 잤습니다. 약에도 의존하지 않았고요. 이렇게 편안할 수 있었던 건 의사 분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저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명의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찾아서 가게 된 곳은 건대병원이었습니다. 복용 중이던 약도 챙겨서 갔습니다. 그리고 첫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특별한 날

첫 질문은 잠을 잘 못 잔 지 얼마나 되냐는 기간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걱정거리가 크게 있거나 최근에 충격적은 일을 겪은 적이 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큰일을 치르기는 했으나 그 일과 상관없이 이미 잠을 잘 못 잔 지 7년이 넘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예 졸리지도 않고 너무 피곤해도 잠이 들지도 않는 건지 물으셨고 잠이 들면 자주 깨는 지등 저의 수면 패턴에 대해서 물으셨습니다. 저는 잠드는 도입부가 어렵기는 하나 잠이 들면 그래도 잘 자는 편이다. 너무 피곤하면 졸기도 하고 쪽 잠을 자기는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명의 분께서는 자면서 패턴을 체크하는 수면 검사는 너무 비싸기도 하고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증상을 의심해 볼 경우에 하는데 그 검사는 원하면 하겠지만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습니다. 검사 비용이 많이 나올까 두려웠던 건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명의께서는 "약은 드릴 건데 소량만 드셔 보세요. 그래도 많이 졸리다고 생각이 들 거예요. 근데 선천적으로 못 자는 사람도 되게 많아요. **씨 정도면 잠은 잘 수는 있잖아요. 아예 잠도 안 오고 약 먹어도 못 자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은 **씨가 부러울 거예요. 그러니까 다행이다 생각하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그날부터 저는 4년 동안 한 번도 약을 먹지 않고 잠을 잘 잘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나온 명대사 중에 "미안해요. 그쪽 상처가 내 위로라고 해서"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저한테 명의의 말이 딱 이렇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하지만 저 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 게 나는 그보다는 나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 위로로 인해 저는 그날부터 잘 잘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저에게 특별한 날이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

이렇게 고쳐진 줄 알았던 불면증은 해외로 혼자 일을 하게 되면서 다시 재발했습니다. 그렇게 홍콩에서 근무하던 중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홍콩의 한 작은 병원에서 또 한 분의 명의를 만나게 되면서 한 1년 정도 다시 수면장애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관련 에피소드는 책에 기재해 두었었는데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이 때는 다른 사람의 상처가 저의 위로가 된 게 아니라 의사의 말 자체가 위로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곳에 와서 일을 하는데 불안하지 않고 잠을 잘 자는 게 더 이상하다. 50세 넘으시고 자식과 아내까지 다 계시는 분도 타지 생활하면 불안장애, 우울증이 와서 이렇게 방문하신다. 그러니 자연스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일의 양과 강도, 책임감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불면증은 다시 시작되었고 서른 살이 훌쩍 넘은 지금도 저는 불면증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시도해보았던 양약, 한약, 건강식품, 명상, 운동 등 잠을 자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 방법도 양도 엄청납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병원에 방문해서 약을 처방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불면증을 겪어 본 사람들만 아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아래 내용에 공감하신다면 지금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으신 것이 맞습니다. 


찐 테스트

1. 오늘 밤에 잘 잘 수 있을까 점심시간 이후부터 불안하다

2. 잘 시간이 다가오면 더더욱 더 잘 수 있을까 불안해진다.

3. 인터넷에 나와 있는 온갖 숙면에 좋은 음식과 행동을 다 했는데도 잠을 못 잔다.

4. 특히,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하루에 한 번 운동을 하여 몸을 지치게 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그랬으면 나는 불면증이 란느 단어조차 몰랐을 것이다.

5.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잠을 잘 자는 능력을 사고 싶다고 생각 한 적 있다.

6. 잠 잘 자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가끔은 얇밉다.

7. 머리만 대면 잔다는 사람의 말에 공감이 전혀 가지 않는다.

8. 배부르면 잠 잘 올지 모르지만 살찔 까 봐 걱정은 또 된다. 실제로 배불러도 잠 못잖다.

9. 언제 한번 잠이 잘 들고일어나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다.

10. 잠에 관련된 제품이나 식품, 병원비로 최소 100만 원 써 봤다.


위 내용에 1개라도 나는 그 정도는 아닌데라고 생각하시거나 공감이 되지 않는다면 다면 불면증을 겪었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지 삶에 감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닮고 싶은 부러운 점 중 하나라는 걸 잊지 마세요. 


뻔한 해결 방법

불면증과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마주할 때마다 불편한 질병 중 하나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레스 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과 마음가짐에 따라서 불면증이 생기고 사라졌던 일들이 반복되어왔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마음이 편안하고 생각을 줄이고 좋은 생각으로 채워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모두가 바라고 원하는 해결 방안이 나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인 일에서도 스트레스를 없이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회사 생활도 하지 않고 집에서 책 읽으면서 생활하면 좋을 텐데요. 그럼 돈은 누가 버나요. 근본적인 원인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 바로 공생 관계를 인정하고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또 다른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공생 관계

이제 불면증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나의 뱃살과 동일하다고 생각해 봅시다. 너무너무 없애고 싶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아도 크게 나아지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나의 몸의 일부이니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뱃살을 없애기 위해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있으시죠. 불면증도 극복해야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으로 보안하는 것과 스트레스 컨트롤러를 스스로 만들어 정신을 가다듬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도 되지 않는 다면 무조건 양약은 좋지 않으니 먹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 놓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잠을 잘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몸에 수면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약을 먹는 것이 잠을 자지 못해 어떠한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대신 중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 또 노력을 해야 되겠죠.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말처럼 잠을 못 자는 것이 짜증이 나더라도 뱃살이 나와도 내 몸인데 어떡하겠습니까. 함께 살아가며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공생 관계임을 인정하고 너희들도 힘들겠다 함께 노력해 보자는 마음으로 불면증을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놀랍게도 잠을 푹 자면 살도 잘 빠진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잠을 못 자면 뇌가 힘들어하면서 에너지를 얻고자 간식, 야식 등을 찾는 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칼로리 연소량이 줄어들어 소화가 되지 않아 지방으로 가게 되고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떨어지면서 배부름을 느끼지 못해 평소보다 더 많은 식사를 하게 된다고 하네요.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살과 잠의 이야기도 하게 되었는데요. 이 사실을 알게 되니 더더욱 불면증과 뱃살의 공생 관계를 인정하고 이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을 조금 내려놓는 건 어떨까요. 많은 분들이 회사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개인 적인 일들로 받는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생각의 꼬리를 무는 일을 끊어 낼 수 있는 스트레스 컨트롤 센터를 만들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이런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공간을 마련해 보아야겠네요.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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