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너로 정했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글쓰기와 무관한 회계학과로 진학했고, 세무사가 되었습니다.
세무사 학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강의를 듣고 후기를 적어내는 설문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강의의 난이도는 적정했는지,
강의 시간이나 강사의 표현이 적절했는지
따위를 묻는 설문지였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 내려갔고,
큰 어려움 없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워 제출했습니다.
친구들이 물었습니다.
"너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서 가득 써?"
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가득 채워 써 내려간 설문지는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해결해냈을 때 이상의 기쁨을 주었더랬습니다.
설문지를 가득 채워낸 보상으로
수험서 한 권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기쁨은 공부를 하는 것 이상으로
내게 기쁨을 주는 것이 있구나 하고 새로이 느끼게 해 준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세무사에 합격하여 사회로 나왔습니다.
글쓰기는 여전히 저와 요원한 일이었으나,
20대를 통틀어 공부만 했던 시간을 기록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미숙한 글솜씨로 지난 시간을 기록해보았습니다.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한 번 써보니,
나의 삶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참 멋진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삶에 나 혼자가 아니라 배우자가 생기고,
아이가 생기고,
반려동물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삶이라면
그 삶을 기록하는 순간은 참 아름답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세무사 무석의 세무석을 만들어냈습니다.
삶의 이야기.
업무를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
공부하던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
가족 간에 있었던 이야기.
지난 기억을 끄집어내
그 순간을 다시 살아봅니다.
세무석의 이야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