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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구지 Dec 16. 2021

퇴사를 앞두고

D-영업일 기준 11일


"내 맘대로 살 거야, 말리지 마."




    작년 이맘때쯤, 친구들과 강릉에 여행을 갔다.

7월 20일 경부터 다니기 시작한 회사를 약 4달 정도 다니고 11월에 퇴사한 후 기념 삼아 갔던 여행이었다.

2021년 12월 16일 기준, 나는 다시 퇴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회사는 3달의 짧은 경력이다.

누군가는 한심하게 보기도 하겠고 끈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다 나름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작년 12월의 강릉바다




    우선 내 소개를 하고자 한다. 길지 않은 연대기를 간략하게 읊어보자면,


치열한 미대 입시

2년제 예술대학 입학 (시각디자인과)

영국 유학 (Kingston University London)

전세계적인 전염병 발발로 인한 자퇴

각종 회사 도장깨기


    이것이 내 현주소다.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다녀본 회사만 4개, 알바 1개, 그리고 성사되지 못한 외주 작업과 단타로 끝나버린 과외 2개. 회사는 길어야 세 네달, 과외는 길어야 두 달, 슬프게도 일반 서비스직이었던 아르바이트를 제일 오래 했다. 그것도 6개월.





중소기업 직장인의 솔직한 심정


    이토록 짧게 직장을 옮겨다닌 탓에는 나의 성질머리도 있었겠지만 그것만을 이유로 들기에는 억울한 심정이 있어서 하소연하려고 한다. MBTI 맹신론자인 나는 INTP이다. 나는 이것 저것 분석하고 파악하는 일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인데 회사를 다닐 때마다 늘상 드는 생각이 많았다. 왜? 왜 이런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는가, 나라면?- 에서 물꼬 터진 생각들은 내가 다닌 회사의 문제점, 대표님의 문제점, 이 회사의 강점과 약점, 직장 내 분위기 확립에 영향을 끼치는 조직도 등 자잘한 이슈들로 뻗어갔다. 원래 장점보단 단점이 잘 보인다고, 싫어서 뛰쳐나온 회사의 단점은 내게 너무도 잘 보였다. 대표님에게는 대표님만의 사정이 있으시겠지만 나는 아직 대표까지 해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그 회사를 같이 겪는 직원들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사정이나 여러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남아서 버티고 있을 뿐이지, 나는 어쨌든 때려쳐도 당장 내일에 무리는 안 가는 환경이기에 쉽사리 퇴사를 할 수 있었다.


    고민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너무 나약한 것도 같고,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같고, 끈기라고는 없는 철 없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싶다. 나는 한 번도 디자인을 전공한 것을 후회하거나 이 일이 싫어서 회사를 그만둔 적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회사를 나오는 데에는 여러 부가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왜 이럴까?



- 회의합시다.

- 구지씨, 지금 하는 거 있어? (없을리가요.)

- 요즘 핫한 거 있잖아, 핫한 거.

- 이것 좀 부탁해요~ (5:50PM)

- 전에 꺼가 낫다. (그럼 대체 왜...?)



    모두 내가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거나 모든 게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겠지만 난관에 부딪혔을 때 논리가 통하기를 바랐다. 내가 다녀온 회사들은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나왔다. 퇴사의 이유에는 급여 문제나 근무시간에 대한 불평 등도 있겠지만 근본은 소통의 부재였다. 어쩌면 내가 어리기 때문에 또는 그 자리에 서보지 않아서 대표님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훗날의 내가 대표의 자리까지 서면 다시 정정하거나 내가 틀렸었다고 언급하겠다.


    지금의 나는 결국 직원의 입장이고 MZ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바를 글로써 풀어갈 생각이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다녔던 4개의 중소기업에 대해 풀어갈 생각이다. 그 후로는 회사 내의 특정 이슈에 대해 집필할 생각이며 당연하게도 엄청난 통찰력이 있거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오롯이 작가의 주관을 철저하게 담아낸 개인적인 에세이가 될 예정이다.




P.S


   작년 11월에 회사에서 브런치를 엄청 들여다봤던 기억이 있다. 주 키워드는 '퇴사'. 각자의 연유로 오래 혹은 짧게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의 경험을 수없이 읽었다. (회사에서 저에게 시키는 업무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 당시의 나는 프리랜서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퇴사를 한 후 프리랜서가 된 분들의 글들에 빠져 살았다. 프리랜서 활동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상태지만 그 글들은 나에게 충분한 도움이 되고 안도감을 주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공감가는 글들을 보며 반색을 했다.


    원래는 더 멋진 사람이 되어서, 더 경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서 글을 집필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도 충분히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모자라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공감 가는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는가. 아무도 봐주지 않는 글일지언정 나의 생각을 옮겨놓는다는 것에 나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이 글이 계속 연재되어 브런치의 깔끔한 모션그래픽이 깔리기를 고대한다.



(*필자는 초고를 완성한 후 회사의 부탁으로 12월까지 만근 후 1월 한 달간 파트타임으로 오후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허나 사실상 평균적인 직장생활은 12월까지라고 생각하여 기존의 방향대로 글을 집필하도록 할 예정이니 독자분들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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