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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구지 Jan 19. 2022

퇴사하는 이유

정말 흔한 그 제목




회사만 가면 갑자기 몸이 무겁다.

출처 - 직장인짤봇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법한 제목일 것이다. 보통 앞에 수식어가 붙어서 노출되곤 하는데 'MZ 세대가' 퇴사하는 이유, '요즘 애들이' 퇴사하는 이유, '내가' 퇴사하는 이유 등이 있다. 퇴사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며 얼마나 회사를 다녔는지, 본인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갔는지, 신입인지 경력인지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일련의 사고 과정을 거쳐 퇴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급여, 사내 분위기, 회사의 명예, 워라밸, 업무, 직장상사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종합하면 하나로 귀결된다. 나의 미래를 더 이상 이 회사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결정.


    앞선 글에서 내가 짧게 다녔던 회사들에 대한 뒷담 비슷한 비판을 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회사들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해도 나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스스로 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구 중이며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1인 기업가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개인 창작의 시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개인이 노출될 수 있는 플랫폼들이 아주 많다. 그 사이에서 빛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판이라도 깔아주면 감사하다. SNS 마케팅, 유튜브, 브런치 등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큰 자본 없이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어떤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할 것이며 무엇을 팔 건지는 본인의 몫이지만. 하지만 내가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을 수도 있고 이직을 고심해볼 수도 있다. 지금의 내 심정이라면 어떻게든 그만두고 알바라도 하며 또다시 취준생의 기간을 늘려갔을 것 같다. 왜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동시에 미래를 투자해도 좋을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돈이 정말 정말 중요하겠지만 돈이 다가 아닌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령 모두가 선망하던 대기업을 다니다가도 그만두거나 더 높은 연봉을 거절하고 하던 일을 붙잡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 사람은 하루의 3분의 1 이상의 시간을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며 보낸다. 인생의 3분의 1은 잠, 3분의 1이 일이라면 숙면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일’하는 시간에 대한 품질도 중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느낀 이 땅에서 만족하며 일을 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보인다. 보통 세 개정도의 의문이 들면 회사를 뜨기 마련인데 회사의 조건은 최대한 배제하여 (너무나 개인적이기 때문) 짚어보겠다.




01. 내가 뭘 하는 거지?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한 사람당 맡아야 할 업무의 다양성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다. 혼자서 사업을 시작할 경우 한 사람이 상품 판매, 제작, 유통, 리서치, 마케팅까지 다 해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도리이다. 하지만 혼자서 일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상품 제작 및 판매를 예로 들면 이번 주의 내가 상품에 대한 리서치를 하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의 소비 현황을 분석하고 다음 주의 내가 제작 및 디자인을 할 것이다. 제작을 하면서 마케팅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고 제작과 동시에 마케팅을 개시할 건지 제작 후 공개를 할 것인지 등 상세한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내가 할 일의 전반적인 과정을 꿰뚫고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이 기간엔 어떤 일이 우선인지 우선도를 매겨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에선 그런 전체 흐름은 상사 또는 대표만 알고 있고 직원들은 시키는 업무를 받아 하기 마련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디자인이든 유통업이든 어떤 요청을 받아 어떤 식으로 업무를 하고 어떻게 수익으로 귀결되는지에 대한 프로세스는 그중 일부분만 맡더라도 이해하고 있어야 일을 하는 데에 근거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게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곧 나갈 사람'처럼 대하기 때문에 상세한 것까진 알려주지 않으며 젊은 직원일수록 깊은 이야기에서는 배제되고 겉핥기식으로 이해한 후 일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생기는 문제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이것도 시키니까 일단 하고 저것도 확인하자고 하니 준비는 해가지만 사실상 정확히 뭐가 필요한지 막연한 상태로 일을 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 어쩌면 받는 급여에 비해 그 정도의 일을 하는 것은 과업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프로세스를 이해한 후 일을 맡더라도 내가 맡는 일 자체는 동일하다. 다만 하루의 회사생활이 그저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하루가 아닌, 일에 집중하여 시간이 후딱후딱 가는 게 직원으로서도 차라리 낫다. 매 시간에 바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맡은 역할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일을 하는 사람도 사기가 생긴다. 그렇지 못한 경우 머릿속에 물음표가 띄워진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02. 내가 앞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회사에 오래 다니면 경력이라는 게 생긴다. 몇 년을 그 업무에 몸 담고 살다 보면 모르는 새에 자기가 맡은 일에 한해서는 베테랑이 된다. 하물며 서브웨이 알바도 오래 하면 서브웨이의 메뉴, 소비자 패턴,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포장까지 눈에 자연히 익게 되고 매니저로 승진을 하거나 비슷한 알바를 구할 때 가산점이 되기도 한다. 이 가게의 무엇이 맛있고 무엇이 잘 나가고 - 이런 사소할 수 있는 정보들을 꿰차게 되는데 사실 이는 아주 중요한 정보들이다. 기업들이 확보하려고 애쓰는 '데이터' 말이다. 일반 회사도 경력이 쌓일수록 그 회사의 업무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며 능숙해진다. 하지만 알바와 회사의 차이점은 내가 가진 무기를 사용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알바는 보통 학력이나 자격증보다는 (알바마다 매우 상이합니다.) 나이, 거리를 우선으로 두고 성실함을 요구한다. 일반 서비스직 알바의 경우 패턴이나 매뉴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에 성실히 따를 사람을 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는 (회사마다 매우 상이합니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직종에 따라 전문성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알바와 비교하며 동일선상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한 사람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만들어낸 전문성을 회사의 노동가치로 쓰려면 그에 합당한 돈을 지불해야 하고 합당한 일거리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역할이 모호해지면 경력이 흔들린다. 흔히 '물경력'이라고 하는데 시간을 투자하여 경력을 쌓았지만 이직을 할 때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내가 쌓고 있는 게 물경력이라면 더 이상 회사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회사를 찾아 평생을 다니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자연히 시간이 지나 회사를 옮기기 마련이다. 자연스러운 이치이기에 회사에서는 어차피 떠날 사람이니 굳이 좋은 대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이 취직했다는 것은 자기들 손으로 뽑았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면 그 사람이 일을 하는 동안에 뽕을 뽑아야 한다. (어차피 수습기간이라며 3-6개월간 급여의 일부를 떼먹는다면 처음부터 시간과 노력 좀 투자한다고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잘 가르쳐 그 사람이 이치에 따라 떠나기 전에 회사에 하나라도 이득을 보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보통은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아' 마인드로 대하며 떠나도 그만, 와도 그만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이는 회사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짧게 짧게 교체되는 직원은 회사의 중요한 '데이터'가 쌓일 기회를 계속 날려먹는다는 반증이다. 이런 연유로 회사의 태도나 일거리가 성에 차지 않는 직원은 자연스럽게 "생각보다 더 빨리" 다음 회사를 찾게 된다. 일종의 악순환이다.



03. 내가 여기를 계속 다녀도 될까?


    마지막으로 언급할 내용은 안정성에 대한 내용이다. 이전의 두 질문은 회사의 조건이 배제된 편이지만 이 사유에는 회사의 조건이 큰 작용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돈 벌자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으면 버티게 된다. (단, 그렇다 해도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버티는 것은 위험하다.) 또는 회사의 네임가치가 너무 커서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어도 그만두는 것이 고민될 수도 있다. 입사를 했다는 것은 회사와 직원이 서로를 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 그게 1 지망은 아닐지언정 - 완벽한 회사는 없지만 장점이 단점을 커버한다면 충분히 버틸 사유가 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퇴사에 이르기까지는 아주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데 단점이 커지는 순간 더 다닐 이유가 사라진다. 이 질문에 대한 사유는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서, 월급이 밀리거나 (무조건 나오십시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거나, 일이 너무 많거나,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다거나 등등 아주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직장생활을 하면서 크게 와닿는 단점으로 인해 떠오르는 질문인데 이 3번 질문까지 도달했으면 퇴사를 결심하기 직전의 상태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이때 그래도 돈은 많이 주니까, 그래도 가까우니까, 그래도 일은 할만하니까 등의 장점이 치고 나오는데 여기서 장점이 지는 순간 퇴사는 확정 난다. 따라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안정성'이라는 말은 회사의 규모, 자산, 지속성 같은 회사의 미래가 아니라 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나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이게 흔들리는 순간 더 다닐 수 없게 된다. 그 후는 뭐, Good bye...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올라오는 퇴사 관련 컨텐츠들을 보자니 떠올라서 정리해본 주제다. 일은 힘들고 하기 싫고 고달픈 존재지만 일을 안 하고 사는 것도 분명 고달플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사실은 내가 신 포도를 바라보는 여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차피 그럴 수 없을 거라면 인생의 3분의 1을 고통 속에서만 보낼 순 없지 않은가. 직원의 입장이다 보니 회사가 빌런인 것처럼 글을 쓰게 됐지만 대표님도 사람이고 부장님도 집에 가면 가족들과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직면하는 일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좀 더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취득하여 win-win의 관계로 가야 이상적이지 않을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고 모든 게 너무나 어렵고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위해, 조금이라도 윤택한 하루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하길 바랄 뿐이다. 회사도, 직원도. 잠을 자고 눈을 뜨는 당연한 일상이 더 평화로워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어느덧 5번째 글이다. 내가 좀 더 전문적이어서 다양한 주제를 풀어나가면 좋겠지만 아직 그럴 짬밥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내용을 쓰면서 내가 전공하고 있는 디자인 관련 주제도 동시에 풀어볼 예정이다. 글이 좀 더 쌓이면 브런치 북으로 묶어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게끔 하려 한다. 한 명이라도 공감하며 지나간다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글 쓰는 게 생각보다 재밌다고 생각한다. 꾸준해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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