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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Aug 21. 2023

매너와 예절사이

시니어 해부학 6

“요즘 젊은것들은…” (피라미드에도 이런 낙서가 있었다니 ㅉ) 

 젊은 것들의 예의 없음을 탓하는 시니어의 비난이다.

“공공장소에서 이러시면 안 되죠..” 시니어에게 매너를 지키라는 젊은이들의 핀잔이다

예절과 매너는 무관한 것인가?


답은 ‘그렇다’. 

아니 그렇다고 인정할 때 비로소 시니어는 이 변화무쌍한 사회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비록 이름뿐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토마스 홉스, 존 로크에 이은 장자크 루소의 ‘사회 계약론(1762)’까지 불러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대략 서구 사회가 어떻게 진화되 왔는지 어렴풋이 나마 알고 있다. 또한 지금이라도 우리 세대의 피를 뽑아 검사할라치면 왠지 진하게 나올 것 같은 유교주의의 혈중 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시니어 세대가 이 둘을 극명하게 혼동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자의적 해석을 한다는 데 있다. 서구 사회의 질서는 수평을 토대로 우리의 것은 수직을 전제로 설정되 있다. 


미국 회사에 처음 들어가서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회장의 어깨를 치고 사장의 머리를 쓰다듬는 스킨십이었다. 왠지 그런 동작에 익숙해져야 지만 저들 문화에 동화될 듯싶어 어쭙잖게나마 시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다시 한국 회사로 옮아와선 회장님이 먼저 나가시는 데 일어나서 인사만 하고 다세 제 자리에 앉았다가 봉변당한 경험이 있다. 부회장 이하 임원진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 나갔다가 되돌아와 선, 자리에 앉아있는 나를 쳐다보는 그 한숨(?)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럴 때면 나는 어쩌면 이 시대가 낳은 사생아라는 자기변명으로 넘기곤 한다. 


지금 내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존댓말을 하거나 수저를 늦게 드는 자식이나 손주가 있는가? 

있다면 당신은 가정교육을 잘 시켰다고 자부하며 자랑스러워하는가? 

비트의 속도로 가속화되는 디지털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말이 짧아진다. 그리고 그런 축약어들을 제 때에 이해 못 하면 사회생활은 힘들어진다. 짧아지는 게 당연(진화)하다


권위를 존중하되 권위주의를 극복한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왜?

권위(?)를 상실한 측에서 권위가 존중되는 수평사회로의 변모 과정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권위주위가 사라지면 권위가 없는 나는 존재감마저 소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솔직한 고백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헤쳐 모여’의 과도기요 암흑기다.

이 시간을 잘 참아내서 나이에 상관없이 상호 대등하게 존중되는 사회를 기다려야 하는 인고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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