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빽이나 에코빽 말고
“교수님 저 19학번 아무 갭니다”
“누구?”
“왜 2학년 때 교수님 은퇴하시면 휴학했다가 군대 다녀온다고…”
그래도 얼핏 떠오르질 않는다.
“그래 어쩐 일이고?
“예, 오랜만에 안부 전화드렸습니다.”
핑계대기 좋은 스승의 날도 지나고 폐친이면 자동으로 뜨는 내 생일도 아니고..
조금은 뜬금없는 시기다
“잘 지내지? 요즘 뭐 하냐?”
“예, 취준생입니다”
은퇴한 지 3년이니 군대 다녀와 졸업하고도 족히 2년은 지났을 텐데..(속으로 계산한다)
“그래 쉽지 않지?”
“ 예 그래서 교수님께 추천을 부탁드리려고?
“어느 회사?”
“그게 아직…”
취직할 곳을 알아봐 달라는 얘기다.
“야, 인마 내가 지금 은퇴하고 노는 사람인 데 어딜 소개해 줘. 학교 교수님들과 의논해 봤어?”
“그래도 교수님이 젤…, 다른 교수님들껜 말씀 안 드렸습니다”
‘아!’
순간 뜨끔하다. 학교 있을 때 내가 경력을 너무 부풀려 자랑했나? 너무 큰 소릴쳤나? 여러 가지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교수님께 그냥 안부차 전화드렸습니다”
얼마나 망설였을까?
얼마나 대화를 연습했을까?
예기를 나누는 동안 녀석의 얼굴이 떠 올랐다. 나름 수업에 일찍 와서 컴퓨터나 프로젝터도 켜 놓곤 하던 넘이다.
은퇴한 지 3년이나 지난 사람에게 전화를 할 땐 얼마나 답답했길래… 오죽하면
“그래, 내게 메일로 이력서랑 자소서 보내 봐, 함 알아볼게, 큰 기대는 말고.’
“예, 교수님. 건강하세요. 함 찾아뵈겠습니다”
“잘 되면 그때 보기로 하고, 자네도 잘 지내게”
서울 근교서 부산이다. 특별하게 볼 일이나 있으면 몰라도 인사나 하자고 올 거리가 아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우울해진다. 무력감인지 자괴감인지
이 보잘것없는 선생이 그래도 누군가에겐 한 가닥 지프라기 같은 빽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