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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맘 Dec 16. 2021

나는 소심해요.

부모의 시선이 아이를 만든다.

Dear. 나의 독자들에게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아이가 있어요. 이것저것 만져보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요. 멈춰있는 물건을 넘어트려도 보고, 움직이는 물건을 멈추게도 해 봐요. 당신은 이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 내 아이가 예민한 걸까? 내가 예민하게 만든 걸까?


제 아들은 소리에 민감했어요. 신생아 때부터 재채기 소리에 놀라서 울고, 갑자기 나는 생활소음에도 놀라며 자지러지게 울었죠. 낯선 사람 앞에서는 분유도 먹지 않았어요. 손님이 오면 항상 안방에 들어가서 먹이고 나오거나, 외출을 하면 아무도 없는 공간에 들어가서 분유를 먹여야 했어요. 울음은 짧은 편이었지만, 잦았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어요. 


어린이집에 입학하고 예상대로 첫날부터 눈물바다로 시작되었어요. 차츰 적응해갔지만 아침에 울지 않고 등원하기까지 꼬박 4개월이 걸렸어요. 어린이집에서도 교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놀라서 울고, 다른 친구가 다가오면 벌떡 일어나서 선생님 곁으로 온다고 했어요. 적응하는 4개월 동안 하원하고 집에 오면 엄마만 찾고 계속 매달렸어요. 다른 애들에 비해서 늦게 보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이를 너무 내몰았나? 준비가 더 필요한가? 왜 이렇게 예민하고 내성적일까?" 아이에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고민과 걱정이 많았어요. 




주변에 아이의 또래들이 많아요. 그중 비슷한 두 아이가 있어요. 둘 다 호기심이 많아 가만히 앉아있기보다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탐색하기 좋아해요.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잡고 싶어 하고 같이 놀고 싶어 해요. 물론, 우리 아이는 뒷걸음질하며 다가오길 꺼려했죠. 

(지금은 오히려 먼저 다가가기도 해요.) 


이런 상황 역시, 두 아이를 만날 때 똑같이 일어났어요. 


A라는 아이의 엄마는 "왜 이렇게 산만해, 가만히 있질 못해, OO이 처럼 앉아 있어 봐."

B라는 아이의 엄마는 "궁금했어? 에너지가 넘치네, 오늘 기분이 좋은가 봐, OO이랑 같이 놀고 싶구나?"


비슷한 성향의 아이 둘을 각각 경험하면서 제 머릿속에 질문이 스쳤어요.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문제였나? 똑같은 상황에서 두 엄마가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는데 큰 깨달음을 느꼈어요. 물론 타고난 기질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릴 때 많이 소심했고, 어떤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마다 눈물로 표현했거든요. 그래서 제 아이가 더 답답하게 느껴졌을지도 몰라요. "나랑 너무 닮아서" 


그 뒤로 내 아이를 먼저 인정해주기로 했어요. 

감정을 더 자세히 읽어주었어요. "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몬테소리를 공부하면서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 아이가 더 밟아지고 목소리도 커졌어요. 신체활동도 활발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낯가리는 것도 줄었어요. 어린이집 생활에 적응해가면서 나타나는 우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 시선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믿고 있어요. 


"예민하고 소심한 게 아니라, 섬세하고 신중한 거란다."

"네 감정에 충실하고, 원하는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구나."

"감정이 풍부하다는 건 좋은 거야."



❚ 엘로디 페로탱의 <나는 소심해요> 


최근에 만난 그림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우리 어른들이 어떤 태도와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봐야 할지,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 스스로도 자신 또는 타인의 다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하고 변화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소심함은 우연히 내 안으로 파고든 것 같아요.

세상에는 말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온 세상이 정말 시끄러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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