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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준호 Apr 27. 2023

HR에게 마케팅 역량이 필요한가요?

채용 담당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최근 KAIT(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주관하는 SNS광고마케터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진 못해서 턱걸이로 통과했는데,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니까 ‘채용 담당자가 이걸 뭐 하러 땄어?’하고 많이들 의문을 가졌다. 퍼포먼스 마케터 채용에도 조금씩 인볼브 되기 시작하면서 매체에 대해 조금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물론 있었지만, ‘이런 매체 지식이 HR을 하면서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더 컸었다.



이제 채용은 마케팅과 떼어놓기 쉽지 않다

이젠 낯설지 않은 ‘채용 마케팅’이라는 말


‘채용 마케팅’이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채용은 마케팅의 국면을 맞이하게 됐고, 콘텐츠 마케팅부터 브랜드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까지 다양한 마케팅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구직자들이 우리 회사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하고,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딩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공고나 소재를 제작해 여러 매체로 홍보를 진행하고 효율을 분석한다.


한 번은 브런치를 통해 스타트업 HR 직무 취업에 관한 인터뷰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직 내가 HR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만한 연차는 아니라는 생각에 정중하게 거절했었지만, 제안과 함께 보내온 질문들 중에는 “콘텐츠 관련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HR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유”, “마케팅 관련 경험이 HR 직무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까” 와 같이 HR과 마케팅을 연관시킨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채용 마케팅에 대한 관심도가 적지 않다는 걸 다시금 체감했던 일이었다.



“저도 제가 콘텐츠 마케팅을 할 줄 알았어요”

처음으로 본 HR 직무 면접에서 한 말


누군가는 “채용 담당자가 이젠 마케팅도 잘해야 돼?”라고 한탄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나는 HR에서 일어난 변화 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케이스였다.


사실 내가 학창 시절부터 해 온 일들을 보면, 콘텐츠 마케팅 내지는 콘텐츠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나조차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상을 독학하며 많은 영상을 만들었고, PD 직무를 목표로 소위 ‘언론 고시’라 하는 논술 시험도 봤고, 운 좋게 붙어서 면접도 봤었다. 어학 점수를 제외하고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격증은 멀티미디어콘텐츠제작전문가 자격증이었다.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단 한 명뿐인 영상 PD로 근무하게 되었을 땐 “콘텐츠 마케터 말고는 절대 내가 할 직무는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전 오버워치 디렉터 ‘제프 카플란’이 그랬듯이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일하던 시절, 직원 채용 공고 제작에 참여하게 된 적이 있었다. 이제는 퇴사한 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마음 맞는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그 시간들은 지금도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고, 그때 우리가 제작했던 공고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걸 볼 때면 ‘우리 꽤 잘 만들었나 보구나.’ 하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내게 의미 있었던 건 마케팅 역량이 HR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직접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해왔던 클라이언트향(向)의 일들을 우리 회사 쪽으로 돌리니 HR의 일이 되었다. 우리 회사에 대해 어떤 점을 강조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점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어떤 키 비주얼을 활용해야 할지 레퍼런스들을 살펴보며 정하고,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공고에 녹여냈다. “우리 회사가 참 좋은 회사예요!”를 이야기하기 위해 회사 안에 공기처럼 존재하던 문화를 끌어내는 일들도 참 재미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HR로 커리어를 잡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로 HR로 구직 활동을 하다 처음 면접을 본 지금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이제 와서는 “저도 제가 당연히 콘텐츠 마케팅을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로 시작한 자기소개가 너무 부끄럽지만, HR을 선택하기까지 있었던 다이내믹한 여정의 포문을 여는 데에는 이만한 문장이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뾰족한 채용’의 시대에서

채용 마케팅을 마주하는 어느 채용 담당자의 자세


우리는 ‘뾰족한 채용’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무더기로 많은 사람들을 뽑는 공채는 점점 축소되고, 당장 필요한 적합한 인원만을 채용하는 수시 채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2022년 하반기 인크루트에서 진행했던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전체 기업들 중 69.1%가 수시채용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은 바로 로열티다. 2022년 하반기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퇴사하는 신규 입사자가 평균 28.7%에 달하고, 절반에 가까운 44.7%가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한다고 한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직무 역량을 가지고 있고, 로열티를 바탕으로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후보자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소위 ‘뾰족한 채용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타깃팅(Targeting)이 HR에서도 유효해지는 것이다.


그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들이 자주 보는 매체에 우리 회사를 자추 노출시키고, 그들이 지원하는 순간부터 채용 프로세스를 마치는 순간까지 우리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도록 여러 제반을 마련하는 일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마케팅 역량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들이다.


채용 담당자의 역할 역시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채용 담당자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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