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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Jun 20. 2022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

영원할 듯했다.

영원히 깨지 않을 꿈이라 여겼다.

뜨겁던 사랑의 시간이 지나고 현실이 보였을 때 그와의 모든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설레던 첫 만남, 함께 듣던 노래, 수줍게 손을 잡고 거닐던 골목길, 서로의 마음을 전한 꾹꾹 써내려가 달콤한 글들,

그 모든 게 거짓이 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믿지 못할 첫사랑과의 이별을 망각으로 덮어버리고 싶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 감정 없이 내뱉을 수 있었던 건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곧 죽을 것만 같던, 먹먹하다 못해 멈춰버릴 듯한 심장은 사람들의 말처럼 시간이 해결해 주고 있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기억을 지우는 데는 바로 시간이 필요했다.

영원할 듯했다.

영원에 내 곁에서 내 편이 되어주리라 여겼다.

착각이었다. 우리의 생명이 유한함을 잊고 산 나의 불찰이었다. 엄마가 떠났다. 영원히 내 편이던 엄마가 떠났다.

엄마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 글을 쓰고, 기도를 올렸다. 나를 위해 미친 듯이 돈도 안되는 일들을 벌이기 시작했다. 잠시 잠깐의 시간이라도 주어진다면 엄마를 떠올리고 아파할 나를 위해 시간을 주기 않기로 마음먹었다. 희미해질 줄 알았다. 첫사랑이 내 머릿속에서 점점 지워지고 흔적만 남듯 엄마도 그럴 거라 믿었다.

엄마가 거닐었다는 성모당 길을 남편과 걷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한다. 시간이 지나도 왜 이리 보고 싶냐는 나의 말에 오래전 어머니를 보낸 남편은 아직 멀었다 한다. 덜 아플 방법이 없냐 하니 시간이라는 말만 한다. 시간이 지나면 첫사랑을 잊었듯 나는 엄마를 잊을 수 있을까?

오래전 보았던 범상치 않은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영화 속 기억을 지워주는 그곳이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첫사랑과의 이별 후, 아마 나는 한달음에 그곳으로 달려갔을지 모르겠다.

엄마와의 이별 후... 아마 나는 그곳을 찾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엄마와의 기억은 비록 그 마지막이 숨이 멎을듯한 슬픔이더라도, 털 끝 하나라도 지워버리고 싶지 않다.

누군가와의 추억을 망각하고 싶은 당신은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다.

나에게 있어 사랑은 망각이 될 수 없다.

진실한 사랑은 삶 속에 남아있을 영원한 빛이다.

내 어머니는 영원한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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