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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Jul 30. 2022

한바탕 씻어내리기

3장 여름- 5

폭염이 이어지는 한여름, 당연한 계절의 이치라 받아들이기에 그 정도가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이상 기온으로 몸서리치는 세상을 말하는 뉴스가 이어진다. 이럴 때는 한낮이 아닌 새벽 근무 맡은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아침에 퇴근하여 한숨 잔 남편의 등짝이 땀으로 흥건하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잤건만 뜨거운 한낮의 온도를 이겨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나 보다. 공부하는 아이 방에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데 아이보단 남편방에 에어컨이 더 필요한듯하다. 우선 등목으로 달궈진 몸의 열기를 식혀보기로 했다. 그런데 웃통을 벗어재낀 남편의 등 여기저기 벌레에게 물린 듯 붉게 부푼 자국이 여러 개다. 이게 뭐냐니, 일하다 갑자기 간지러워 긁었는데 그리 부푼 줄 몰랐다 한다. 분명 모기에 물린 자국은 아니고 부풀어 곪기까지 했으니 뭐가 됐듯 모기보다 독한 놈은 분명하다. 급한 대로 집에 있던 연고를 며칠 바르니 부기는 가라앉았으나 물린 자국이 얼룩덜룩 흉이 져서 몇 주는 지나봐야 원래 피부색으로 돌아올듯하다. 한 여름 청소 일은 들끓는 벌레들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냄새나는 쓰레기봉투에 온갖 벌레들이 꼬여드는 건 당연한 일이니 긴팔에 긴 바지로 몸을 단단히 싸매는 수밖에 없다. 그리 싸맨다 해도 기어코 옷을 뚫고 몸으로 기어들어오는 놈들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남편의 출근 가방은 남편의 덩치만 하다. 그 큰 가방 안에는 일할 때 쓰는 방진 마스크, 손을 보호하는 장갑,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수건, 일하는 동안 마실 2리터가량의 물, 해가 뜰 새벽 즈음 떨어지는 체력을 올려줄 발포 비타민, 땀과 오물에 찌든 옷을 갈아입을 새 옷가지 등이 들어있다. 탈의시설이나 샤워시설이 따로 없는 근무환경이기에 남편은 자신의 사물함 앞에서 또는 차 안에서 오물 뒤집어쓴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온다. 땀 흘리는 직업에 왜 샤워 시설이 없냐는 나의 말에 제대로 된 탈의실도 없는데 샤워실은 감지덕지라며 헛웃음을 웃는다. 번거로운 옷 갈아입기 이야기를 듣고, 냄새나도 좋으니 집에 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니 일할 때는 못 느끼는데 마치고 나면 쓰레기의 역한 냄새가 옷에 벤 게 확 느껴지기도 하고, 동료들끼리 커피 한 잔을 하거나 퇴근 후 뜨끈한 아침 설렁탕이라도 끌리는 날에는 냄새 베긴 작업복을 입고 가게에 들어가기 민망하기도 하고, 퇴근 후 돌아오는 아빠를 반기는 아이에게 땀에 찌든 모습은 보여주기 싫다고 한다.


준비해 간 비닐에 꽁꽁 싸여진 남편의 작업복은 가방에서 꺼내져 바로 세탁기로 향한다. 소량이지만 다른 빨래들과 섞어 빨기에는 냄새가 역해 남편의 작업복들만 진한 향의 섬유 유연제까지 첨가해 세탁기를 돌린다. 말끔히 빨린 작업복들은 탁탁 털어 빛 잘 드는 베란다에 바짝 말리면 다시 뽀송하고 깨끗한 향 좋은 작업복으로 돌아온다. 


남편 그거 알아? 

오물이 튀어 역겨운 냄새가 나든

땀에 찌든 누린내가 나든 

당신은 우리에게 늘 향기로운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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