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와 올케 사이, 참 버거운 관계이다. 올케에게 내 아무리 편히 대하라 한들 올케가 내 말을 고지 고대로 받아들일 이도 만무하고, 나 역시 편히 지내자 말은 했지만 막상 가족 행사나 내 부모에게 올케가 보이는 모습에 서운한 것도 생기더라.
타국에 오래 살다 보니 일 년에 몇 번 오고 가는 짧은 전화 통화만으로 안부를 묻다 한국에 돌아와 서로 자주 얼굴 볼 수 있는 사이가 되니 오히려 타국에서 가끔 안부나 묻던 시절의 관계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눈에 직접 보이지 않고 이곳의 상황을 상세히 알 수 없으니 섭섭한 일이 있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며 넘어가던 일도 이젠 내 눈앞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이니 그저 넘어갈 일도 섭섭함이 되어버리더라.
이런 섭섭한 마음이 커져갈 때면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는 내 자식 손에 물 묻히는 거 싫듯 남의 자식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못하게 하셨다. 행여나 시누이 노릇을 할라치면 너희나 잘하라며 오히려 딸년들을 나무라셨다. 섭섭한 마음은 그저 아마 잘 몰라서 그랬을 거라는 짧은 말로 덮으셨다. 남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이해될 일을 굳이 크게 미움으로 만들지 마라 하셨다. 마음에서 뾰족하게 미움이 쏟아 오르는 날, 어머니를 기억한다. 한걸음 떨어져 남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이해될 일을, 나와 엉겨 붙여 하나로 여기며 섭섭해하지 말자. 버거운 관계에는 거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