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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an 15. 2023

[sold out] 어.슬.렁.팔아요, 어슬렁~

이런 제품, 이런 판매

*알림. 이것은 구매촉진을 위한 홍보글입니다.*


01.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그저 쓰는 사람이었다.

미치게 푹 빠져서 혹 할 만큼 매력적이게 쓰진 못하지만,

기억하는 어느 순간부터 나는 늘 쓰는 사람이었다.


일기를 썼고, 생일축하카드를 썼고, 쪽지편지를 썼고, 친구의 반성문을 대신 썼다. 연애편지를 썼고, 가끔은 대신 써 주기도 했다. 잘못(?) 보낸 편지를 계기로 지금의 남편도 만났다.


요즘의 나는

페북에 쓰고, 블로그에 기록하고, 브런치에 남긴다. 카톡을 전하고 문자를 보낸다. 주로 노트북에서 쓰며

노트북 사용이 여의치 않으면 핸드폰 메모장에 쓰고 복사해 붙인다.


왜 나는

이렇게나 쓰는 걸까.

그럼에도 왜

제대로 된(?) 쓰는 사람은 아닌 걸까? 언제까지 그냥 그저 쓰는 사람이어야 할까.



02.

20대 끝자락에 다니던 회사 앞엔 호떡 포장마차(?)가 있었다.

맛도 꽤 좋았는데 아쉬운 점은 문 닫는 시간이 늘 다르다는 것.


"아주머니 문 닫는 시간이 정. 확. 하. 게. 언제인가요?"


일에 치이고 / 고객에 치이고 / 컴플레인에 치이고.

치이고 치이고 또 치이는 날엔 호떡집 천막이 탈출구였다.

해서 절박함을 담아 영업시간을 알려달라 애원했다.


"나? 그냥 반죽 떨어지면 들어가~"


그날부터였다. 호떡집에 갈 때마다 물었다.

"아주머니, 반죽이 안 떨어지면 그럼 퇴근 안 하세요?"

"아주머니, 호떡 굽는 법 저도 배울 수 있어요?"

"아주머니, 여름에는 호떡 대신 다른 걸 파세요?"

"아주머니... 아주머니.. 아주머니..."


그저 부러웠다. 반죽이 떨어지면... 이란

눈에 보이는/ 손에 잡히는 / 아주머니의 자산이.



03.

2015년 11월, 12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했다. 거창하고 치밀한 계획 하에 내린 결정은 아녔다.

여느 날처럼 출근했고 오전 업무를 처리했다. 점심을 먹었고, 속이 좋지 않아 약국으로 갔다.

소화가 안 된다는 말에 약사님은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그러지 말고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번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매일 2시만 되면 약국 문을 열며 소화제를 찾았단다. 그것이 벌써 두 달이 넘어간다고. 휴가를 내고 다섯 살 아이와 일주일간 삼척과 남이섬을 여행했다. 업무에 바빠 보지 못하는 사이 아이는 부쩍 자랐더라. 모든 것이 무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한 어떤 날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놓친다면 다 무슨 상관.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내가 육아와 살림을 너무 만만히 봤더라.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와의 24시간이란 사방이 난리고 소란이었다.

여섯 살.

일곱 살.

여덟 살.

아홉 살.

엄마의 허둥지둥과 실수연발 속에서도 아이는 잘 자랐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난리와 소란은 잦아들고 질서와 안정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는 내가 뭐가 되면 좋겠어?"

아이의 물음에 ‘그러네. 나는 앞으로 뭐가 되어야 하나' 생각했다. 호떡집 아줌마가 떠올랐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팔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탈탈 탈탈 털어나의 지난날에서는 '눈에 잡히고/ 손에 보이는' 무언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획안

원고

에디팅

사진

콘텐츠


뭐가 이럼.  경계가 모호하고 형태도 애매한 이런 것들 뿐이라니.


지난 1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중학교 1학년 1학기 수학문제집을  오더니 혼자서 선행을 한다.


"엄마 이게 소인수분해에 대한 설명인데... 봐봐.  지수는 자연수만 되는 거야?"


"아니. 혼자 한번  볼게. 학원은  가고 싶어. 숙제를 너무 많이 내주잖아."


"엄마, 내가 직접 정리를 해야지. 이거(문제집의 개념 요약)만 보면 공부가 아니잖아."


전업주부 생활을 시작한 순간 경력은 끝났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따금 선후배프로젝트 일원으로 잠깐씩 일을 하면서도 '...  떨어졌어.' ', 리즈 시절은 이젠 안녕이구나.' 속앓이를 하기도. 그런데 아니었네. 아니었어.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자랐더라.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설 수만 있으면 언젠간    있어. 그러니 우리 포기하지만 말자."


아이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괜찮은 어른이고자 했던 순간순간아이에게만 영향을 미친  아니었다. 없는  알았던 용기가, 소멸한  알았던 도전정신이 있었네. 내게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 <어슬렁>이다.

5 6의 여행을 다섯  여섯 날의 기록으로 콘텐츠화했다. 이를 다시 6일간 야간배송되는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나는 새롭게 나의 이력을 만들어간다.



*다섯 밤 여섯 날의 어슬렁 비용은 5,000원입니다.

*sold out (판매기간이 종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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