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칭찬하는 밤
홍합초, 두부젓국, 겨자채
표고전, 생선찌개, 장국죽
육원전, 비빔밥, 무생채
두부조림, 섭산적, 탕평채
더덕구이, 미나리강회, 도라지생채
너비아니, 화양적, 황태구이 그리고 완자탕.
2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내가 도전(?)한 음식들.
“한식조리기능사반? 왜에???”
글쎄, 왜일까.
인정받고 싶었던 듯.
입증하고 싶었던 듯.
‘네가 지금 이렇게 요리를 할 때니?’
싶은 날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지금이 바로 적당한 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동태찌개 30분+표고전 20분=50분
두부젓국찌개 20분+겨자채 35분=55분
비빔밥 50분+무생채 15분=65분
제한시간 안에 2가지 요리를 완성해 내려면
동작 하나하나를 허투루 쓸 수 없다.
매번 타임오버로 실격에 실격을 반복하지만
매번 배우고 익히고 깨닫는다.
기획안에 대한 실행플랜을 짤 때, 아귀가 딱딱 맞게 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굴리고 또 굴렸던 일들이 떠오른다.
매번 제한시간을 넘겨 실격패가 이어지지만,
20분, 15분, 10분...
늦어지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음에 용기를 얻는다.
요리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운동장을 열 바퀴 달리고 온 듯 체력이 고갈된다.
하지만 기분은 더없이 째지기에,
조금 쉬었다 일을 시작하면
속도도 빠르고 집중도 잘 된다.
한 번씩 ‘내가 지금 이럴 때(요리를 배울 때)일까?’
불안한 마음이 들면,
다음 문장을 보물처럼 꺼내 본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당신이 글을 쓸 때마다 작가이기 오래전에 독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표현을 했다. 이처럼 우리도 자신이 기획자이기 오래전에 기획당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획자가 기획자처럼 일하지 않을 때, 그 기획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 기획의 정석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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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가지의 요리 사진.
18가지의 손글씨 레시피
국과 탕과 찌개의 차이를 알고
병탕이 떡국의 또 다른 이름인 것도 알고
한식조리기능사 필기시험도 치러본
이런 기획자 어디 흔할까.
이런 경험, 이런 관찰, 이런 시선들이
분명
다가올 어느 날, 큰 힘이 되어 줄 거야.
3월의 마지막날
2023년 1분기를 마감하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