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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현진 Jul 05. 2022

Crime Family

The New Yorker, July 30, 2018

HOW A NOTORIOUS GANGSTER WAS EXPOSED BY HIS OWN SISTER : Astrid Holleeder secretly recorded her brother's murderous confessions. Will he exact revenge?  / The New Yorker, July 30, 2018 July 30, 201

| By Patrick Radden Keefe



the New Yorker


아스트리드 홀레이더의 눈은 보는 사람을 사로잡는다. 파란 수영장을 닮았다. 여기까지가 설명할 수 있는 그녀의 외모의 전부다. 그녀는 숨어 지내고 있고, 그녀의 고향인 암스테르담에서 유배 중이다. 지난 2년 동안 안전가옥에서 살아왔다. 그녀는 지하주차장이 딸린 곳을 선호했는데, 잠깐이지만 방탄차량으로 옮겨 타는 동안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중고로 15000유로를 들여 그 차를 샀다. 두 개의 방탄조끼도 갖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암살당할 수 있을지, 끔찍한 시나리오들을 구상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차가 빨간불에 멈춰 서고 옆으로 낯선 차가 다가오면, 핸들을 꼭 붙잡았다. 심장이 요동쳤다. 신호가 바뀌면, 그제야 숨을 내쉬고 차를 움직였다. 


인구 100만이 안 되는 도시 암스테르담은 아무도 모르게 숨기는 어려운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 자랐다면 더 그렇다. 다행히 홀레이더(Holleeder, '홀-레이-더'라고 발음한다)는 지금까지 그녀의 사생활을 잘 지켜왔다. 위협을 받기 전에도 그랬다. 성인이 된 후 그녀의 사진은 인터넷에선 찾을 수 없다. 오늘날 그녀는 소수의 친구들과 은밀한 만남을 갖긴 하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집에 머문다. 암스테르담을 가야 할 때 아주 비밀스럽게 한다. 가끔 변장을 한다. 그녀는 여러 개의 가짜 코와 이빨 컬렉션을 갖고 있다. 홀레이더는 일반적으로 검은색 옷을 입지만 누군가 따라온다고 의심이 되면 화장실에 몸을 숨긴 뒤 가발과 빨간 드레스를 입고 나타날 수도 있다. 가끔 그녀는 남자로 변장하기도 한다. 


이런 변장술은 사회생활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실히 낯선 사람을 만나는 건 위험한 일이다. 홀레이더는 사람들을 자신의 주위로 끌어들이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활기찬 여성이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52세의 싱글 여성인 그녀는 최근 나에게 "인간관계들은 불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홀레이더를 향한 생명의 위협은 그녀가 2013년, 한 형사 재판에서 주목받는 증인이 되기로 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악명 높은 범죄자에 맞서 증언하기로 했다. 이 남자는 그의 얼굴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에서 따온 별명인 '더 노즈'(the Nose·코)라고 알려졌다.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를 수사기관에 넘 사람들은 모두 죽었어요." 그녀가 지적했다. 더 노즈는 네덜란드의 유일한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감옥에 갇혀있다. 2016년 그는 갱단의 리더들에게 바깥에서 홀레이더를 '처형'할 수 있는 멤버들의 명단을 요구한 혐의를 받았고, 이 사건에 대해 두 사람의 증인이 더 있었다. 그의 음모는 죄수 중 한 사람이 수사기관에 자백하면서 드러났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당연히 그렇게 할 거예요." 홀레이더가 말했다. "그는 나를 죽일 겁니다." 


더 노즈가 그런 일을 하고 말 것이라는 그녀의 발언에는 이례적인 확신이 담겨있었다. 그것은 아마 그녀가 한 때 그의 법률 대리인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홀레이더는 도피 생활을 하기 전까진 유능한 형사 전문 변호사였다. 더 중요한 점은, 그녀가 그의 여동생이라는 것이다. 


더 노즈의 이름은 빌럼(빔) 홀레이더. 그는 5건의 살인, 2건의 살인미수, 그리고 "범죄활동 가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절차는 보안이 철저한 법정에서 열린다. 암스테르담 외곽 산업지구에 있는 '벙커'라는 곳에 있다. 아스트리드가 증언할 때 그는 불투명 스크린 뒤에 앉아 법정 안의 누구도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된다. 또 그녀가 빔을 볼 수도 없도록 한다. 빔은 그녀만 알 수 있는 위협적인 눈빛과 몸짓으로 그녀의 증언을 방해할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한 검사가 법정에서 최근 설명한 것처럼, 빔은 "적극적으로 겁을 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초대형 재판'-네덜란드 언론은 이렇게 불렀다-은 장관을 연출하곤 했다. 사람들은 동이 틀 무렵부터 작은 공용 갤러리에 마련된 좌석을 확보하겠다는 희망으로 줄을 서곤 했다. 이 재판의 매력 중 하나는 아스트리드 자신이었다. 2016년 그녀의 자서전 '유다'를 출간했다. 빔과 함께 자란 어린 시절과 그를 배신하기로 결정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인구 1700만 명인 나라에서 50만 부가 팔렸다. 아스트리드는 이제 유명 작가가 됐지만, 어떤 독자도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저자 사인회는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의 제목은 자신의 오빠를 살인죄로 고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그녀가 느끼는 깊은 양가감정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을 둘러싼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는 이 책을 성공하게 만들었고, 수많은 구경꾼들을 벙커로 이끌었다. 홀레이더 형제들의 싸움은 결국 법정 대결로 모아졌다. "이건 완전한 배신입니다." 아스트리드는 3월 법정에서 말했다. 그녀는 흐느끼면서 빔은 수많은 범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오빠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 자신도 오빠의 범행을 증언한다는 것이 미친 짓이고 끔찍한 일이라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이 키우는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아이들을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 강아지를 내려놓고 아이들을 선택해야 합니다." 


...


빔은 4남매 중 맏이였고, 아스트리드는 막내였다. 소냐와 제라드가 둘째와 셋째 형제였다. 그들은 요단에서 자랐다. 좁은 집과 운하가 있는 그림 같은 지역이다. 지금의 요단은 값비싼 부티크가 가득하지만, 1960년대 이곳은 노동자 계층이 살던 동네였다. 아스트리드의 아버지 이름도 '빌럼'이었다. 근처에 있던 하이네켄 양조장에서 일했다. 그는 회사를 경영한 알프레드 (프레디) 하이네켄을 존경했다. 하이네켄의 녹생 병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맥주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프레디 하이네켄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였다. 아스트리드가 어렸을 때, 아이들은 하이네켄 로고가 들어간 펜으로 숙제를 했고, 하이네켄 로고가 그려진 컵으로 우유를 마셨다. 그들의 집은 "하이네켄에 흠뻑 빠져있었다"라고 아스트리드는 떠올렸다. 그녀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는 폭력적인 사디스트였다. 아스트리드의 어머니, 스테인과 그의 자녀들을 하찮게 여기며 학대했다. 아스트리드는 그가 지금 처한 환경에 비춰보면 어린 시절인 떠오른다고 했다. "저는 감옥에 갇혀있는 게 익숙해요. 집이 감옥이었으니까요." 그녀가 말했다. 


빔은 키가 컸고, 근육질 팔과 마늘 코를 가진 잘생긴 10대였다. 그도 그의 아버지처럼 신경질적이었고, 두 사람은 자주 부딪혔다. 빔은 저녁이면 외출을 하기 시작했고 매우 늦게 집에 돌아왔다. 그는 오면 아스트리드를 깨워 "애시, 자고 있었어? 아빠는 자러 갔어? 또 미쳤나?" 하고 속삭였다. 아스트리드는 "오빠가 늦는다고 소리 질렀어. 엄마가 시계를 몰래 돌려놔서 눈치채지는 못했어." 스테인은 "열두 살, 열세 살 때까지" 그녀의 아들이 사랑스러웠다고 했다. "빔이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는 줄은 몰랐어요." 그녀는 "그 사람들은 다 범죄자들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빔(왼쪽)과 콜

...

1983년 11월 9일, 프레디 하이네켄이 암스테르담에 있는 사무실을 나서고 있을 때 주황색 미니밴이 옆으로 다가와 섰다. 가면을 쓴 남자들이 그와 그의 운전기사를 총으로 위협하며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미니밴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이동해 도시 외곽의 창고로 향했다. 하이네켄과 그의 운전사는 방음설비가 된 방 안에 갇혔다. 그날 밤 네덜란드 경찰은 현재 화폐 가치로 3000만 달러가 넘는 몸값을 요구하는 쪽지를 받았다. 


"납치는 다른 곳에서나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같은 곳이요." 납치 사건을 다룬 책을 쓴 네덜란드의 범죄 전문기자 피터 R 드 브라이스(Peter R. de Vries)가 내게 말했다. 프레디 하이네켄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래서 네덜라드 대중은 이 납치 사건에 사로잡혔다. 그 당시 소냐는 콜 반 하우트(Cor van Hout)와 최근 딸 프랜시스(Frances)를 낳고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밤, 아스트리드와 빔은 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모여 뉴스를 보게 됐다."정말 멍청한 일이야." 아스트리드는 그때 한 말을 기억했다. "누가 하이네켄을 납치하겠어. 그 놈들은 평생을 쫓기며 살 거야." 


"그렇게 생각해?" 빔이 물었다. 


"완전 확신해." 그녀가 대답했다. 


3주가 지나도 수사 당국에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하이네켄의 가족들은 납치범이 지시한 대로, 네 종류의 화폐로 된 몸값 다섯 자루를 운전사에게 건넸다. 운전사는 위트레흐트(Utrecht)로 향했고 빗물 배수구에 돈이 든 자루를 던져놓고는 떠났다. 


돈이 전달된 뒤에도 인질들은 풀려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무렵 경찰은 이명의 제보를 받아 암스테르담의 창고로 향했다. 창고 안에서 프레디 하이네켄과 그 운전사가 발견됐다. "나는 왼팔이 쇠사슬에 묶여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라고 하이네켄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또 플라스틱 포크로 머리를 빗으며 보냈다고 했는데 "리듬을 만들려고 한 게 할 일을 만들어줬습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인질들은 구조됐지만 범인이나 몸값, 범죄도 사라졌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아스트리드가 코이 없는 동안 소냐의 집에 머물고 있을 때 중무장한 경찰들이 문을 뚫고 들이닥쳤다. 익명의 정보원이 네덜란드 수사기관에 납치원의 신원을 제공했다. 용의자는 빔 홀레이더와 콜 반 하우트였다. 경찰은 자매들은 체포했다. 


... 

경찰이 자매들을 체포했을 때 빔과 콜은  프랑스로 도주했다. 아스트리드와 소냐는 범행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수사관들에게 말했다. 빔은 여동생들에게 이 일을 털어놓지 않았고, 소냐는 그의 일에 대해 콜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자매들은 불기소로 풀려났다. 그리고 6주 뒤 빔과 콜이 파리에서 붙잡혔다. 상제리제 거리 근처의 한 아파트에서다. 콜이 소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수사당국에서 추적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경찰은 빔과 콜을 인도받으려고 했지만, 그 절차가 법적으로 복잡한 과정에 휘말려 이들은 프랑스에서 거의 3년을 구금된 상태로 보냈다. 이 기간 이들은 네덜란드 언론관 이따금 인터뷰를 했다. 노동자 계급으로 감히  재벌을 납치한 무례하고 대담한 영웅 취급을 받았다. 아스트리드는 그들의 태도에 대해 소름이 끼쳤지만 그들을 향한 감정은 복잡하기만 했다. 빔은 그의 오빠이고 콜은 언니의 파트너였다. 콜을 향한 소냐의 지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스테인은 매주 프랑스로 가 감옥에 있는 빔을 면회했다. 가족들과 거리를 두겠다는 그녀의 야망은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도 이런 어려움 속에서 가족들에 대한 충성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 그녀의 성(姓)이 악명 높아졌기 때문이다. 


...


빔과 콜은 1986년 네덜란드로 인도돼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네덜란드의 자유주의적 형량 체제에서 이들은 5년 만에 석방됐다. 네덜란드 대중은 납치범들이 밴드를 불러 '하이네켄 징글'을 연주하는 퇴폐적인 파티를 열자 분개했다. 이 남자들은 사실 축하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스트리드가 설명하기로는 "수사 당국은 돈을 되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이네켄과 운전사가 풀려난 뒤 경찰은 대부분의 몸값이 암스테르담에서 남동쪽으로 35마일 떨어진 자이스트 마을 근처 숲 속에 묻혀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4분의 1, 오늘날 기준으로 800만 달러 상당의 돈은 회수되지 않았다. 아스트리드에 따르면 빔과 콜은 이 돈을 그 일당들에게 맡겨 마약 거래에 투자하도록 했다. "결국 그들이 감옥에 있는 동안 800만 달러는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녀는 말했다. 그들은 부자인 채로 감옥에 들어가 더 큰 부자가 되어 나왔다. 



... 


1996년 봄날, 콜과 소냐는 아들 리치를 유치원에서 데려와 집으로 가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이들은 잠시 차 안 머물렀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고, 리치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어 했다.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소냐는 한 남자가 접근해오는 게 눈에 띄었다. 그 남자는 총을 뽑아 쏘기 시작했다. 소냐는 미친 듯이 차 밖으로 기어 나와 뒷을 열어 리치를 뒷 좌석에서 끌어냈다. 남자는 도망쳤다. 콜은 팔과 어깨에 총을 맞았다. 또 총알이 그의 턱을 산산조각 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아스트리드 드는 병원에서 이들을 만났다. 소냐의 오리털 코트에 구멍이 작은 깃털이 빠져나온 것이 보였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보니 총알이 나왔다. 


콜이 퇴원하자마자 빔은 그와 소냐, 그리고 아이들을 도와 그들이 숨어 지냈던 프랑스로 데리고 갔다. 조사가 시작된 뒤 빔은 암스테르담 담의 갱스터 두 명, 샘 클레퍼와 좀 미애르맷이 이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알렸다. 콜과 빔은 네덜란드 지하세계에서 너무 유명해진 것 같았다. 빔은 이 갱스터들이 100만 길더(네덜란드 화폐)를 주면 더 이상 콜을 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빔은 콜에게 실용적으로 굴라고 했다. 돈을 내면 문제는 사라진다고. 콜은 화를 내며 거절했다. 콜이 가족들과 숲 속에 숨겨진 프랑스의 농가에서 요양을 하는 동안 빔은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 클래퍼와 미애르맷과 거래를 했다. 


콜은 이들의 범죄 활동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었다. 이들이 어렸을 때 빔은 매일 아침 그를 위해 아침 식사를 챙겼다. 콜의 생명을 노리는 시도가 있을 무렵 두 사람의 관계는 껄끄러웠다. 이 시기 두 사람을 만난 피터 드 브라이스는 "그들 꽤나 자주 말다툼을 했어요. 빌럼은 그 역할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했죠."라고 내게 말했다. 콜이 마약 거래와 다른 범죄활동에 더 개입하는 동안 빔은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 싶어 했다. "모든 돈을 세탁해서 지하세계의 일을 끝내는 것이 내 목표였습니다." 그가 훗날 증언한 말이다. "나는 멀리 내다보는 사람(long-term thinker)입니다.) 


갈등의 또 다른 원인은 콜의 음주 습관이었다. 콜은 말이 많고 파티를 즐겼는데, 빔은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 때문인지 술에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콜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가끔 맥주를 마실 때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하이네켄이 나를 사로잡았다"라고 했다. 그도 역시 소냐를 때리고 학대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떠나지 않았다. "소냐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 알코올 중독을 남자답다고 생각했어요." 아스트리드가 말했다. 그들의 세계에선 이것인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콜은 그의 적들이 언제가 그를 찾을 것이 두려워 무기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그는 소냐에게 만약 그가 죽임을 당한다면 그의 장례식은 마차로 된 영구차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빔은 계속 콜을 압박했다. 그 갱스터들이 요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압박은 콜이 친구의 충성심을 의심하는 수준까지 계속됐다. 빔은 콜의 이익만 생각한다고 했지만, 콜은 빔을 '유다'라고 역겨워하며 비난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2000년 겨울, 콜은 가까스로 두 번째 암살 시도에서 벗어났다. 저격수가 콜이 집에 들어설 때 저격을 시도했지만 맞지 않았다. 가족들은 패닉에 빠졌다. 아스트리드는 그녀의 강박적인 생존 본능이 이 시기로 거슬러간다고 했다. "우린 항상 누군가 죽을 것이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녀가 회상했다. 2003년 1월 어느 날, 콜이 중국식당 밖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빨간 오토바이를 탄 남자 둘이 다가왔다. 그리고 총을 쐈고, 그를 죽였다.  


그의 바람처럼 콜은 프리지아 말들이 끄는 흰색 마차에 실려 무덤에 도착했다. 조문객들은 흰색 리무진에 탔다. 암스테르담 시민들은 화려한 장례식에 질색했다. "온 마을에 충격이었어요." 아스트리드가 그날을 떠올렸다. "우리는 그저 그가 원했던 것을 해주려고 했을 뿐이에요." 그녀는 그 살인 사건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콜은 이상적이 파트너나 아빠는 아니었다. 하지만 소냐와 아이들은 그를 사랑했고, 아스트리드도 그를 오랫동안 또 다른 오빠라고 여겨왔다. 콜의 이른 죽음은 어쩌면 홀레이더의 여자들에게 빔에게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콜을 동정하게 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아스트리와 소냐는 콜에 대해서는 아주 상냥하고 애정을 담아 이야기했다. 


...


다만 모든 포식자들이 죽은 건 그가 그들을 죽였기 때문이라는 뚜렷한 가능성이 있을 때 누군가를 마지막 남은 포식자라고 알리는 것도 조금 이상해 보였다. 빔 홀레이더 주변의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드 브라이스에게 빔을 잘 아는 친구 이름을 물었을 때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부분 죽었다"고 말했다. 2007년 빔에 대한 사건은 한 때 빔의 동료였던 빌럼 앤드스트라와 네덜란드 경찰이 한 일련의 비밀 인터뷰에서 비롯된 것이다. 앤드스트라는 빔이 24건의 살인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추정했다. 빔은 오랫동안 경찰청 내에 뇌물을 받는 정보원이 있다고 자랑해왔다.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그를 경찰에 넘기려는 이들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뜻이다. 앤드스트라가 증인으로 나선 지 오래지 않아 그는 총에 맞아 숨졌다. 빔은 그를 살해하기로 명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Astrid는 오빠가 살인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종종 그녀에게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중 빔이 잠재적으로 연루될 수 있는 사건에 대해 서면을 작성하고 증인으로 나올 있는 이들을 파악한 뒤 그들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방법을 그려보았다. '안아주고 싶은 범죄자'란 이미지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세탁했어요." 그녀는 말했다. 이런 사실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빔은 그녀의 집에 아침 일찍 도착해 밖으로 나가 조금 걷자고 했다. 그가 나타나기 전 옷을 입기 위해 그녀는 아주 이른 시간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끔 그가 쓴 돈을 세탁해야 할 때 그녀가 나서 주었다. 한 번 이상 그는 오빠를 지키기 위해 조사관들을 의도적으로 속이기도 했다. 이후 이런 법원에 법원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녀는 "만약 당신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 것인지 빔에게 목숨을 걸 것인지 선택해야 되면 당신은 정의를 선택해보시죠."라고 말했다.


빔의 동료들이 계속 죽자 아스트리드는 어두운 의심을 품었다. 비록 그녀의 오빠가 콜을 죽이려고 한 갱스터 샘 클래퍼와 존 미애르맷의 행위를 비난했지만, 빔은 결국 그들과 사업을 함께 하게 됐다. 콜이 죽은 뒤 2003년,  클래퍼가 암스테르담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미애르맷은 태국의 파타야에서 2005년 죽었다. 아스트리드는 콜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할수록 클래퍼와 미애르맷이 콜을 살해하도록 지시한 게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 그건 바로 윔이었다. 

...

2015년 12월 법정에 출석하는 빌럼 홀레이더.

빌럼 홀레이더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조직의 리더다. 성매매와 마약이 일부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네덜란드의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게 빌럼 홀레이더라고 한다. 빌럼 홀레이더는 동료이자 여동생의 남편이 콜과 함께 네덜란드의 맥주 업체 하이네켄의 대표를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챙겼다. 이 범행으로 그는 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지만, 이때 받은 몸값을 기반으로 마약거래와 성매매 산업에 투자해 거물이 되었다. 


뉴요커에서 2018년에 보도한 이 기사는 빌럼 홀레이더의 여동생 아스트리드 홀레이더와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해 서술됐다. 아스트리드는 언니 소냐와 함께 오빠인 빌럼을 고발하기 위해 그와의 대화를 녹음해 수사기관에 제공했다고 한다.


빌럼은 여동생 소냐의 파트너이자 동료인 콜을 죽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빌럼의 경쟁자들은 살아남은 이들이 없었고, 그를 경찰에 넘기려는 이들은 반드시 죽고 말았다. 아스트리드가 그의 오빠를 고발하고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기사의 도입 부분은 극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동생들이 오빠를 고발한 일은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의 학대 속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과 그런 모습을 어느새 닮아버린 오빠가 범죄 세계에서 성장하는 과정의 필연적 결과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동생들은 이런 과정에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여전히 오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양가적 감정도 보여준다. 


2016년 아스트리드가 쓴 책 <유다>(예수를 팔아넘긴 제자의 이름)가 네덜란드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빌럼의 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고 한 참이 지나 이 기사가 보도됐다. 현지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뤘을 사건이지만, 미국의 기자가 뒤늦게 취재해 세밀하게 사건을 담아냈다. 이미 보도되고 타이밍을 놓친 사건은 '얘기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한국 언론의 관행은 역사와 맥락을 짚어주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담는 롱폼 콘텐츠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기사의 중반부까지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번역했다. 이후부터는 아스트리드가 콜을 죽인 범인이 오빠인 빌럼이라는 것을 깨닫고 몸에 도청장치를 연결해 수사기관에 녹음 한 내용을 전달하는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재판이 열린 뒤에는 상대측 변호사들의 공격을 받았고, 변호사였던 아스트리드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모습도 세밀하게 묘사됐다. 오빠가 무죄로 풀려나도 위험해지지만 유죄가 확정돼 수감 생활을 해도 결국 복수하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한다. 과연 이들은 오빠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들의 어머니는 복잡한 마음을 드러낸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자. 


이 기사가 보도된 뒤 이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후의 이야기들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빌럼에 대한 재판은 마쳤고, 이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은 최근 총에 맞아 숨졌다. 재판의 결과와 누가 죽은 것인지 궁금하다면 구글에 검색해보면 좋겠다. 


내러티브 스토리텔링의 핵심 기법인 장면 설정과 대화 단락, 심리 묘사가 적극적으로 활용된 기사는 아닌 듯 보인다. 하지만 주요 인물의 상호 관계와 저변에 깔린 갈등들이 쉽게 이해가 되도록 잘 설계된 것 같다. 복잡하게 설계된 긴 기사인만큼 작가의 수준이 짐작된다. 주요 당사자들의 생애와 현재의 사건이 교차하면서 인물들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주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주인공들(아스트리드와 빌럼)의 관계라는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뉴요커의 패트릭 라든 키프 기자는 이전에도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기사를 주로 써왔다. 그가 쓴 책 <세이 나씽>은 국내에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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