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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하 Jul 18. 2023

스레드(Threads)는 왜 실패하는가






  7월 들어 모두가 단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스레드(Threads)’다. 출시 닷새만에 월 활성 사용자수(MAU)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인 스레드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마크 저커버그의 말대로면, 스레드의 목표는 10억 명 이상이 친근하게(friendly) 여기는 텍스트 기반 SNS가 되는 것이다. 스레드는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스레드에는 해시태그, 실시간 트렌드, 그리고 키워드 검색 기능이 없다. (키워드 검색 기능은 다음 업데이트에서야 추가될 것이다) 많은 언론이 세 기능의 부재를 단순히 트위터와의 차이점, 또는 단순히 부족한 점으로 다루고 있지만, 이는 스레드가 지향하는 소통이 무엇인지 짐작게 한다.




  SNS 내의 소통은 주로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유명인과 대중 간의 허브 앤 스포크 식 소통. 둘째, 기존의 관계 속 지인들 간의 소통. 그리고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 간의 집단적 소통. SNS는 이 세 가지 유형의 소통을 모두 아우르는 서비스가 되어서야 비로소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해시태그는 가히 혁명이었다. 해시태그는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생전 본 적도 없는 SNS 사용자들 간에 집단적 소통을 가능케 하는 대표적인 도구이자 그러한 소통을 적극 권장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기에 해시태그는 혁명의 불길을 튀니지에서 아랍 전역으로 퍼뜨리는 매개체가 되었고, 미투 운동의 핵심이 되었으며, 문화의 일부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SNS가 아랍의 봄에 결정적인 요소였는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SNS를 통한 소통이 대중 동원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특정 해시태그가 만들어진 후에 그것이 어느 정도 퍼지게 되면,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게 된다.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면, 사용자들은 해당 해시태그를 검색해 본다. 이것이 트위터에서 사용자들 간 집단적 소통이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스레드에 해시태그, 실시간 트렌드, 그리고 키워드 검색 기능이 없다는 것은 서비스 내에 이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한 집단적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스레드 내의 소통은 이미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결된 사용자들, 그리고 유명인들과 대중 간의 소통이 주를 이룰 것이다. 스레드에서 그 외의 사용자들 간의 관계는 이제 알고리즘이 만들어준다. ‘이분의 성향이 사용자님과 비슷하니 친하게 지내보세요’라며 타임라인에 띄워주는 식이다.




  저커버그는 이를 두고 트위터와 달리 스레드는 friendly하다고 이야기한다. 트위터처럼 바이든이니 트럼프니 하면서 허구한 날 싸워대는 SNS와는 달리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의 문제의식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 SNS에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에 피로를 느끼는 사용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레드와 연동된 인스타그램 또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비하면 훨씬 덜 정치적인 SNS이기에 스레드는 조금 더 friendly함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를 알고리즘이 정한 우리 안에 가두고 friendly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은 오히려 시대를 역주행하는 행위다.




  근래에 없던 최악의 정치적 극단화를 목격하고 있는 많은 사람은 그 원인 중 하나로 SNS를 꼽는다. SNS 사용자는 알고리즘에 의해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즉 ‘필터 버블’에 갇히게 되면서 확증 편향이 날이 가면 갈수록 심해진다. 주변인들과 유튜브의 메인 화면을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는 알고리즘에 의해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얼마나 개인화되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기존 SNS의 성공 공식이자 사람들을 SNS 중독자로 만드는 영업 비결이었다. 그리고 저커버그는 자랑스럽게 이 부정적 성공 공식을 friendly함으로 포장하려 한다. 그렇기에 스레드는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을 넘어서 소통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퇴보했다고 평할 수 있다.







  

  저커버그가 Z세대의 정기를 얻고 싶어 안달 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젊은 사업가로 타임지에 의해 2011년 올해의 인물로까지 선정된 저커버그는 더 이상 그때의 저커버그가 아니다. 이제는 너드, 청년 CEO의 이미지보다는 밀랍 인형, 렙틸리언, 음흉한 사업가의 이미지에 더 가까워졌다.



머스크는 물론, 트럼프와 맥카시에게도 밀리는 호감도를 지닌 마크 저커버그(...)



  그가 만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Z세대는 페이스북을 떠났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시간을 보내지,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작년 퓨 리서치 센터의 미국 10대 청소년 대상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이 현상은 생각하던 것보다도 더욱 극적인데 약 3명 중 2명 꼴로 페이스북을 사용해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3명 중 1명 꼴이었다.




  그리고 그는 묘책을 내놓았다. ‘아, 트위터가 휘청거리니까 트위터랑 똑같은 앱을 만들되 인스타랑 연동을 시켜서 인스타 활성 사용자를 복사하자!’ 하버드 재학 시절부터 남달랐던 그의 cheating 본능은 둘째 치고, 그렇다면 정말로 트위터와 같은 텍스트 기반 SNS를 인스타그램과 연동시킨다고 인스타그램의 Z세대 사용자들을 온전히 스레드로 옮겨올 수 있을까? 필자의 답은 ‘아니오’다.




  텍스트 기반 콘텐츠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넘쳐나는 이런 시대에 저는 아직도 이런 텍스트가 좋아요☕’라고들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Z세대를 넘어서 80대 할아버지들도 유튜브로 뉴스를 접하는 시대다. 구글조차도 젊은 세대의 40%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구글보다도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해결한단 점을 언급하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미국 Z세대의 과반수가 이미 유튜브를 제일의 학습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수많은 한국의 공대생들이 유튜브에서 똑똑한 인도 형들의 인도식 영어로 도움을 받는 건 이미 흔한 일이다.



출처) Beyond Millennials: The Next Generation of Learners - Pearson



  더불어, 우리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은 텍스트 콘텐츠를 만드는데 큰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텍스트 콘텐츠에 이다지도 불편한 애플리케이션을 아직도 써오고 있는 것이다. 주위에 인스타그램의 글자수 제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한 번 살펴보자. 인스타그램으로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만들고 싶은 사람은 딱 그 정도 비율이다. 그렇기에 인스타그램식 트위터, 아니 트위터식 인스타그램인 스레드가 차지할 수 있는 파이의 크기는 제한적이다. 활성 사용자수는 지금처럼 치솟다 어느 순간 트위터가 2010년대 후반 그러했듯 급격히 정체될 것이다. 2021년 클럽하우스의 흥행과 몰락에서 보았듯 그 시기는 생각보다도 더욱 빠르게 닥쳐올 수 있고, 그 모양새 또한 더욱 극적일 수 있다.








  메타에 따르면, 스레드는 향후 액티비티펍(Activitypub)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페디버스(Fediverse)에 편입될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페디버스에 속한 다른 SNS들의 사용자와 스레드의 사용자가 서로 팔로우할 수 있고, 자유로이 콘텐츠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혹자는 스레드가 중앙화된 기존의 SNS를 벗어나 탈중앙화된 차세대 SNS를 보여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기존의 SNS가 지닌 상호배타성만이 줄어들 뿐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은 변치 않을 것이다. 사용자들의 앱 사용 시간을 극대화하고,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돈을 버는 메타의 SNS는 현재로서는 이를 대체할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다. 더불어, 스레드의 페디버스 진입은 그간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 전략을 펼친 메타의 과거 행적을 보아 현재 페디버스 내 서비스들을 상대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 위함으로 해석함이 마땅하다.




  정리하자면, 지금의 스레드는 기존 SNS와 다를 바 없는 텍스트 기반 인스타그램이다. 그렇기에 메타의 행보는 휘청거리는 트위터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을 빼앗고, 탈중앙화 SNS 세계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미리 제거하기 위한 행보에 불과하지, SNS, 특히 텍스트 기반 SNS의 미래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가만 생각해 보면, 지난 10년간 트위터와 메타 같은 대규모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혁신을 만들어낸 적이 없다. 인스타그램이 혁신이었고, 스냅챗이 혁신이었고, 클럽하우스가 혁신이었고, 틱톡이 혁신이었다. 트위터와 메타는 베끼고 따라가기 급급했을 뿐이다. 종국에는 자가복제하기에 이르렀으니 이는 스레드가 세상에 나온 이유이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궁극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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