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되면 무례가 찾아온다

by 작은도깨비

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좀더 양보하고, 좀더 주고, 좀더 연락하고, 좀더 이해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 중엔 받기를 계산치 않고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람들 곁에는 꼭 호의나 배려가 권리인 줄 알고 무염치를 발하는 인간들이 꼬인다.


상대의 무례와 뻔뻔함이 선을 넘어도 이해하고 보듬다가 세월까지 흐르게 되면 이들은 남인 상대에게 아가페적인 사랑까지 바라며 당연한듯 군다. 그러다 지친 배려자들이 손절하거나, 그간의 불편함을 토로하면 네가 좋아서 하고는 황당하다는 식의 반응만 늘어 놓는다.


만약 이런 경험이 한번 이상이라면,남을 배려하거나 호의를 베풀 때 한번 더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치 않을 필요가 있다.


몇년 전 일이다. 회사에 늘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긍휼의 아이콘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검고 우울한 아우라를 피했지만 나는 그가 꽤 신경 쓰였고, 보듬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점심 시간을 같이 보내며 차도 한 잔 사주고, 그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응원도 해주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밝아지는 듯 했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내게 전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고, 나에 대한 존중은 사라져갔다. 여자친구를 사귀어 집에서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자기 집은 지저분하니 두 시간만 나의 집을 빌려달라는 요청에 결국 나는 그와 멀어졌다. 그는 회사 곳곳에 내가 매정한 인간이라 험담하고 다녔지만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무례한지조차 몰랐다. 그간에 쏟은 마음에 헛웃음이 났다.


내가 좀 적당히만 그에게 마음을 썼다면, 그냥 조금 고마운 존재로 남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가 남았다. 이유없이 그저 마음이 쓰인다는 이유로 호의를 베푼다면 상대방이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쓴 경험을 통해 알았다. 그후 마주치면 어색하게 인사는 했지만 더이상 그의 어둡고 힘들어 보이는 얼굴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축축하고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버렸지만 나는 다시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남에게 마음을 줄 수 있는 것은 그가 나를 존중한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구도자가 아닌 한낱 인간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지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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