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

by 현목




손녀가 미국서 왔다 추억을 남겨 주기 위해 상주 해수욕장엘

갔다 늦가을, 삼서도(三嶼島) 목도(木島)가 활모양을 한 수평선에

틀어앉아 물굽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서산에 걸린 해가 바다

위에 은빛 방울들을 뿌려놓아 살아있는 은어떼처럼 마구 뛰었다

해변에 쭈구리고 앉아 발밑에 조용히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의 포말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다가온 파도 꼭대기가 고사리가 되어 위로 감긴 왕관이 반짝이고
솟아오르고 소리치고 드디어 부서셨다 파도는 그제야 형체를

없애고 밑바닥을 훑으면서 바다 자체가 되었다 파도의 화려한

공명(功名)은 어떻게 꽃을 피웠을까 비봉산 벚꽃 지듯 발아래에

흩어져 있었다 시간의 잔해가 된 은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다투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