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처음 울릉도엘 가려고 포항엘 갔었다 배에 타고서도
두 시간을 기다려도 파도가 높다고 출항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우리들을 지인을 통해 불국사 주지 종우(宗雨) 스님이 자비를
베풀어 주셨다 불국사 숙소의 적요(寂寥)에서 자는 복을 누렸다
한밤중에 우릴 불러서 차를 내어 주시고 밤이 늦었으니 이젠
쉬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5분만 더 있다가 가라고 말하셨다
아쉬우니까
이튿날 스님이 숙소엘 초대하여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헤어질 때가 되어 일어섰는데 문밖엘 나와서 5분만
더 걸어서 배웅하겠다고 나섰다
섭섭하니까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지휘한 아바도의 지휘봉이 멈춘 그 고요
속에서 얕게 얕게 숨을 내쉬면서 아내와 아들과 며느리와 손주들,
친구들, 바람과 이끼와 나무와 달과 별, 꽃마리와 신디, 삐꾸와
아이코와 5분만 더 머무리라
그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