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by 현목




비봉산은 해마다 봄이면 배꽃을 잠에서 깨운다 다섯 장의 하얀

꽃잎 안으로 수술들이 방사선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펼쳐 있고

그 밑으로는 연두 빛이 그림자처럼 깔려 있다 하얀 배꽃은

가지에다 분홍도 빨강도 노랑도 다 주고 비워서 가볍다 희다는

것은 무언가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꽃은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한다

동생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흘에 한번 그가

투석하면서 걸러낸 건 세상의 형형색색이었다 그에게 남은 건

배꽃 흰색뿐이었다 집과 병원만 오간 그의 단순한 삶을

보며 배꽃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