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착의(人相着衣)

과묵하다에는 열등감이 숨어 있다

by 현목

인상착의라는 말은 주로 범죄에게 쓰이는 말 같다. 왜냐하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로서는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살인을 했거나 사기를 쳐서 경찰이 그 범죄자를 잡아가려고 하니 이미 도주하여 체포할 방법이 없어서 전단지에 그 사람의 얼굴 생김새와 옷차림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사진을 붙여서 전신주 같은 데 붙여놓고 있다.


내가 그럼 범죄자는 아니지만 나를 소개할 수 있는 특징이 무엇이 있을까. 우선은 겉모양을 들 수 있다. 위에서처럼 신체적인 특징과 내가 잘 입는 옷차림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글이 아니라도 나는 나를 소개하는 데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나는 이른바 ‘아이돌’과 같은 미남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체적으로 뛰어난 체형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 나의 인상착의를 말하는 데는 나도 모르게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남에게 보일 것도 아니니 용기를 가지고 말해 보기로 하자. 우선 나는 사춘기 때부터 시작하여 대학에 들어가서 나의 용모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젊어서는 특히 여자 앞에 가면 열등감 때문에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활달하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침묵만을 고수했던 것이다.


우선 나는 키가 작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내가 반에서 21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대개 키 큰 순서대로 1번부터 시작하여 제일 작은 학생의 번호가 60번이었다. 따라서 내가 키가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나는 작은 축에 들어가버린 것을 알아차렸다. 얼굴은 길쭉하고 귀도 아버지를 닮아 둥그렇지가 않고 이른바 ‘칼’ 귀를 달고 있다. 눈은 글쎄 내가 보기에는 날카롭지는 않다. 눈꼬리가 치켜뜨고 올라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기가 세지를 않은 걸 말한다. 입은 약간은 돌출하여 있고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내 코가 돼지코 같다고 생각하여 거울을 보면 언제나 유심히 보면서 불만족하였다. 사지는 짧은 편이고 히프도 큰 편이었다. 그러니 내가 나를 평가하여도 평범하기는커녕 못생긴 축에 들었음이 틀림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의 신체에 대해 열등감을 가졌고 그래서 그런지 남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행동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많이 극복되었지만 아마도 나의 무의식 속에서는 무언가 그런 요소가 잠재하여 아직도 나를 지배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옷차림은 고등학교 때야 교복이니 특별한 것이 없었을 것이고 대학시절 그리고 결혼 전에는 옷차림에 그다지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내가 예과 때인가 어느 여자 대학생들과 단체 미팅을 하는데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와이셔츠가 ‘지지미’로 된 것을 입고 갔는데 파트너가 된 여학생이 자기 친구한테 ‘촌스럽다’라고 하는 말이 내게 들려왔었다. 나는 그때 어찌나 부끄럽던지 안 그래도 말 수가 적은 놈이 더욱 더 침묵 모드로 들어갔으니 그 파트너의 마음에 들었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나의 내면적인 것을 내 스스로 말한다는 것이 쑥스럽고 또 보는 사람도 외적인 인상착의는 자기 나름대로 판단을 하겠지만 내 속마음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이란 느낌이 있는 법이니까 내가 나름 짐작컨대 나는 처음 사람이 나를 보았을 때 서글서글하고 붙임성이 좋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구태어 말한다면 과묵한 편이고 표정도 밝기보다는 중성 내지는 어둡다고 할 것이다. 나는 젊어서는 그래도 동안(童顔)이어서 사람들이 나를 나이보다는 젊게 보았다. 20대 30대 때는 버스를 타도 거의 대학생으로 알아서 학생 버스값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또한 그래도 내게 기분 좋은 것은 어느 사람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교수가 아니냐고 물었던 적도 있다. 그런 일이야 어쩌다 있는 일이고 아무튼 처음 보는 사람이 내게 스스름 없이 내게 말을 거는 일은 별로 없는 타입이다.